전지구적 반핵 운동을 펼쳐온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CAN은 101개국 소속 468개 NGO로 구성된 비정부기구 연합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ICAN이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재앙적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약에 기반한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해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ICAN은 지난 7월 7일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했던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한 이 협약은 핵무기의 전면폐기와 개발 금지를 담고 있다.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22개국이 참여해 비핵화를 향한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5대 핵무기 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이 이 조약 채택에 동참하지 않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협약 체결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공동성명까지 내고 반대했으며 북한 핵 위협을 받는 한국, 일본 등도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노벨위원회는 "몇몇 국가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고, 북한이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듯이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구하려 시도하는 실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CAN은 성명을 통해 "이 상은 수백만 명의 세계 활동가와 핵무기를 우려하며 저항해 온 시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공헌"이라며 "이 상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길에 빛을 비춰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ICAN은 이어 "핵 무기가 합법적이며 안보에 필수 원천이라는 일부 정부의 믿음은 핵 확산을 촉발하고 군비 축소를 저해한다"면서 "군비 축소는 몽상이 아닌 긴급한 인도주의적 필요"라고 했다.
베아트리스 핀 ICAN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핀 사무총장은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핵무장 국가와 안보를 이유로 핵무기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안보라는 이름하에 무차별로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겠다고 위협해선 안 된다. 안보는 이렇게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핵무기 반대 운동을 이끌어 온 비정부기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의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북한의 호전적인 교착 상태로 냉전 시대 이후 핵충돌 가능성에 대한 가장 심각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 속에서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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