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 9월 시도지사도 지도부의 요청이 있으면 당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한 뒤 이들이 실제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잠재적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오 시장과 김 지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지원사격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두 사람은 복지, 소통, 양극화, 한반도의 주변정세 등 굵직한 화두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G20 정상회의 등의 현안까지 두루 언급하는 등 흡사 대선주자의 정견발표를 방불케 했다.
오세훈 "'보편적 복지' 공세,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정체성으로"
우선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는 복지라는 화두로 기로에 서있다"며 "총선,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무상급식을 비롯해서 이른바 보편적 복지라는 화두로 공세를 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고 그 바람에 많은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틈새를 뚫고 야당에서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라는 화두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하는 그런 계산이 들여다 보인다"며 "그러나 보수정당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될 바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의 '그물형 복지정책'을 소개한 오 시장은 "이른바 자립형 복지를 뼈대로 하는 서울시의 복지정책은 굉장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가야할 복지의 길이 바로 이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지금 상당히 힘겨운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데, 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무조건적인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서울시의회와 힘겹게 맞서고 있는 서울시가 성공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보편적 복지론이) 아무리 국민들께 일시적인 위안을 드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해도 한나라당이 보수정당답게 이 점에 대한 정체성을 계속 지켜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오 시장은 "서울시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24시간 내외국인이 다 안전한 도시, 남녀노소가 다 안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철저하게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희망은 오직 한나라당"
김문수 도지사는 "국민들이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결국 우리 한나라당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 띄우기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김 지사는 "나라가 어렵고 민생이 캄캄할 때 나라를 위해 가장 중심에서 이 나라를 건국으로부터 지금까지 세워 왔고, 또 세계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배우고자 하는 기적을 이룩한 그 한가운데에 우리 한나라당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저는 젊을 때 그 반대편에 있었습니다만, 한나라당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모든 과정에 역사의 창조자로서 그 역사를 주도해 온 정당이 우리 한나라당"이라며 "그런 점에서 안상수 대표님과 여러 우리 지도부들이 잘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 지사는 "국가적인 거대 의제, 장기 전략적인 과제, 우리의 역사에 대한 전망을 전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임과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오직 한나라당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문제, 러시아와 일본의 북방4도 관계라든지 여러 국제적 분쟁과 갈등과 관련해 우리 한나라당이 국민들과 잘 소통이 되고 있느냐"며 "이런 점에서 국민들은 아직까지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모습이었다.
또 김 지사는 "경기도의 경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한강에 수질도 좋아지고, 홍수피해도 줄어들고, 또 주변에 여러 가지 생태도 좋다"며 "4대강 살리기를 통해 많은 지역저인 혜택이 있는데 (야당들은) 정치적으로 이것을 중단하자며 민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과학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보더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해당 지역이나 우리 당원들에 대해 같이 소통하고 교육도 하고, 같이 모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홍준표 "사람들은 '너나 잘하세요' 하더라…도정만 이야기하라"
한편 오 시장과 김 지사의 회의 참석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흡족해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상수 대표는 "오늘 수도권 단체장과의 연석회의에 이어 다음 주에는 부산, 대구, 경북, 울산 등 비수도권 단체장과의 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시도지사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당무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두 분이 당에 방문해주시니 당이 그득한 것 같다"며 "저희들 마음도 푸근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뼈있는 농담도 오갔다. 회의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김문수 지사를 향해 "내 몫까지 다 이야기하라"고 언급하자 홍준표 최고위원이 "도정만 이야기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받아친 것.
이에 김 지사가 "도정만 말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홍 최고위원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속으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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