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29일 추석연휴 직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13 바른정당 당원대표자대회(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 대표가 되어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겠다"며 "개혁 보수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 이 순간부터 저 유승민은 개혁 보수의 승리를 위해 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반성도 책임도 비전도 없는 낡은 보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선 때 이용해서 표를 받고서는 이제 와서 뒤늦게 '출당 쇼'를 하는 한국당, 이런 눈가림이 혁신의 전부인 양 외치는 한국당이 과연 국민의 떠나간 마음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런 낡은 보수로 어떻게 지방선거와 총선을 이기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내겠나"라며 당내 통합파에 대해서도 "당명을 바꾼 것 말고는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는 한국당과 왜, 무슨 대의명분으로 합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유 의원은 당원들에게 "우리는 왜 바른정당을 창당했는가? 편안한 새누리당을 뒤로 하고 새 길을 가겠다고 나선 건 낡고 부패한 보수로는 더 이상 국민들께 믿어 달라고 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나"라며 "정치인들끼리 하는 표 계산, 그때 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 타면서 내세우는 변명, 국민들은 다 꿰뚫고 계신다. 그런 정치는 더 이상 하지 말자고 나선 길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편하게 죽는 길로 가지 말고, 우리가 세운 뜻으로 당당하게 승부하자"며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숫자와 세력에 안주하지 않겠다. 그런 방식의 낡은 정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현재 바른정당 내에서는 자강파가 다수를 점한 상황이지만, 통합파 의원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탈당할 경우 국회 교섭단체 구성 기준(20석)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수가 정확히 20명이기 때문. 이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통합파가 자강파와 거의 대등한, 때로는 유리한 입장에서 대치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기자들이 '교섭단체 기준이 붕괴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말이냐'고 묻자 "원내교섭단체가 깨지는 문제는 1석, 1사람만 탈당해도 깨지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저는 원내교섭단체 유지의 현실적 부분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최대한 지금 계신 분들을 설득하겠다"라고 하면서도 "정치라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저희들이 잘 해서 당 지지도가 올라가면 새로운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우리 당의 전략이 '교섭단체냐 아니냐', 거기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과 한국당 3선 중진 회동에서 나온 '통합추진위' 구성 논의에 대해 "그 부분은 오늘 의총에서 '전혀 당에서 동의할 수 없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됐다"고 일축하며 "(통합파 의원들과) 개별 접촉도 해오고 있고, 출마선언 이후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서 함께 이 길을 가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늘 갤럽 여론조사를 보니 한국당이 13%, 바른정당이 9%였다"며 "20석 정당이 9%이고 107석 정당이 13%라는 것은 한국당 지지율이 너무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정당에 가겠다고 하는 게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원칙적으로는 보수 통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전당대회 후의 진로에 대해 "대표가 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첫 승부를 걸겠다. 신선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최대한 공천해서 국민 속으로 보내겠다"고 하면서 "3년 뒤 총선에서 진정한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어, 다음 대선에서는 개혁 보수의 큰 길 위에서 하나가 된 보수, 새로 태어난 보수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 보수의 길을 가는 도중에, 명분과 원칙이 있는 진정한 보수대통합의 가능성에 대해 저는 늘 열려 있다. 닫은 적이 없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보수가 그 길 위에서 언젠가 크게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대상은 한국당, 국민의당 등 뜻을 같이하는 분들은 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의 한국당, 당명 하나 바꾼 것밖에 없고,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가지고 '쇼'를 하는 한국당이 보수를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 저런 낡은 보수로 지방선거·총선·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 그런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文정부, 오만·독선·무능…국민의당과 가깝게? 그런 것 없다"
한편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무능했기 때문"이라며 "오만, 독선, 무능의 길을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가 새로운 희망이 돼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어떤 부분을 비판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대표가 되면 매일 구체적으로 얘기하겠지만, 안보·경제 등 모두 무능하고 우왕좌왕하고, 인사 등에서 독선에 빠져 있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며 "에너지·복지·경제 정책, 또 제일 중요하기로는 외교안보에 관한 정책들에서, 국민들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한 야당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처럼 청와대 회동에 불참할 수도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그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자고 하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 제가 대표가 되면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나서 국정 관련 얘기를 서로 허심탄회하게 솔직히 다 하는 그런 회동은 자주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회동을 보여주기, 겉치레, 쇼로 만들면 안 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7일 청와대 4당 대표 회동에 대해서는 "굉장히 아쉬웠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외교안보, 경제, 복지, 교육 등 국정 전반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혼란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정기국회에서의 예산·법안 문제도 중요한데 그 정도 합의밖에 도출을 못 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기자가 '한국당과 멀어지면 상대적으로 국민의당과 가까워지나'라고 묻자 그는 "그런 것 없다"라며 "국민의당은 '보수'라는 말조차 듣기 싫어하는 정당이다. 국민의당에 더 가까이 가고 한국당과 더 멀어지고 그런 것 없다.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뜻을 같이하는 분을 만나면 누구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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