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통합파의 갈등이 한 고비를 넘겼다. 지난 27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한 것은 참석한 의원들의 "개인 의견"일 뿐 당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즉 당 차원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것. 그러나 통합파는 여전히 한국당과의 합당을 계속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딱히 제동을 걸지 않기로 하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됐다.
바른정당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1시간여 격론을 벌인 끝에 한국당과의 '통합추진위'는 당 차원의 결정이 아니며, 회동에 참석한 중진들의 개인 활동이라고 확인했다. 통합파의 시도가 한 차례 좌절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의총 결과에 대해 "양당의 3선 의원들 모임은 전혀 당을 대표하거나 당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고 개인 자격에서 한 것이라는 확인이 있었고, 11월 13일 전당대회(당원대표자대회)를 절차에 따라 제대로 치러서 당의 새 리더십을 구축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브리핑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강 대 통합' 논쟁의 결론에 대해서는 "서로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이런 진로가 맞겠다, 저런 진로가 맞겠다'(는 의견이) 다양하게 있으니 그것에 관해 일치된 합의는 못 봤다"며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 더 자주 모여서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성공적으로 돌파해 나갈지를 더 자주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회의에서는 통추위 추진파인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 등에 대한 성토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 한 분이 김영우 최고위원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 같다"며 "(해당 의원의 발언 내용은) 정식으로 당 권한을 위임받아서 하거나 당을 대표하는게 아닌데, 김 의원이 최고위원이어서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통추위는 해당행위라는 발언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 본인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공격을 좀 많이 받았다"고 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당과 상의 없이 행동했다는 책임론에 대해 "제가 사후 보고를 했고, 모임이 있다는 것을 몇 분한테 얘기하고 갔다"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결국 통합파의 '통추위'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 왔던 통합파와 한국당의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이나.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국민통합포럼' 모임처럼 개별 의원들의 정치활동일 뿐, 이를 당 차원에서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제 개인 생각이지만, 안보 위기 속에서 보수 대통합,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뿐 아니라 외부의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분들이라면 대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논의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계속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의원 개개인이 자기 정치적 소신에 따라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뭐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의원총회에서 김 최고위원 등의 향후 통추위 활동을 막는다든지 하는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좀더 자주 얘기하자. 예를 들면 자강하자는 분들은 어떻게 자강하자는 것이냐, 통합하자는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하자는 것이냐 자주 얘기해 보자'는 얘기가 많았다"며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그런 논의가 더 치열하게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당원이나 당 구성원의 뜻이 드러날 것이고, 그것을 토대로 진로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 결과는 주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중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별다른 말을 내놓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전당대회 출마 등의 입장 표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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