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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을 보면서 조현오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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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을 보면서 조현오를 떠올리다

[김종배의 it] '쇠고기 협상' 재평가는 MB 몫이 아니다

민동석 외교부 2차관 내정자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더 좁혀 말하면 민동석 씨를 외교부 2차관에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이전의 대통령 처사를 반추한다. 생뚱맞은 애기 같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민동석 2차관 내정은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는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의 평가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민동석 내정자 본인의 소감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통령이 이번에 '촛불'에 대해 확실하게 '도장'을 찍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는 청와대 참모의 전언에 기초하면 그렇다.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민동석 2차관 내정을 계기로 자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인데, 바로 이게 부당하다.

생각은 자유다. 쇠고기 협상은 정당했고 '촛불'은 부당했으며, 민동석 내정자는 물론 대통령 자신 또한 '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생각은 뇌리에서 맴돌 때만 자유다. 개인의 그런 '자유로운 생각'에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더구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대통령의 명예와 직결되는 사안을 재평가하려고 하면 샛길로 빠진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채 재평가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

이건 상식이다. 현대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볼 때 상식일 뿐 아니라 전제왕조였던 조선의 전통에 견줘 봐도 상식이다. 조선 임금은 특정 사안에 대한 재평가는 고사하고 사초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재평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대가 아니라 후대에, 정치영역이 아니라 학문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기본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 민동석 외교부 제2 차관 내정자. ⓒ연합

백 번 양보해 당대의 재평가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가 자신과 쇠고기 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는 결정적이고 상징적인 디딤돌로 삼은 게 'PD수첩'이다. 이 프로그램과의 법정다툼에서 이겨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헌데 끝나지 않았다. 'PD수첩'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으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홀로 달린다. 재평가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법원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동석 2차관 내정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역사적 의미를 임의적으로 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또한 부당하다.

그래서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리 인사를 감행한 이유를 묻는다. 그래서 떠올린다. 역리 인사 곡절을 살필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사람이다. 근거를 대지도 못하는 차명계좌를 운운해 고인을 욕보인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전대 대통령의 명예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훼손행위를 묵인했다.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후대를 장식할 대통령마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역사적 객관성 이전에 정치적 필요성을 우선시하면 어떻게 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후대를 믿지 못하고, 당대의 현상이 되풀이 될 개연성을 의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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