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 지도부에 손을 내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임명동의안 처리에서의 협조를 당부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안 대표와의 회동을 제의했다.
20일 국민의당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 18일 오후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
안 대표 측의 한 당직자는 "문 대통령은 임명동의안에 대해서 협조를 구했고, 안 대표는 '좋은 성과 내시고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고 했다"고 통화 내용에 대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처리 관련 당부에 대해 안 대표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잘 알겠다"고 답하고, "진정한 협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미애 대표는 이날 안 대표에게 다음날인 21일 중 회동을 제안했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그쪽(민주당)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중이었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 의원총회도 있고 해서, (제안) 그대로 만날 수 있을지는 유동적이다"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의총 등 일정을 고려하면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확정이 안 되고 협의 중이었던 게 언론에 나갔다"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쪽에서도 추 대표가 안 대표에게 회동 제의를 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추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제안한 것은 맞다"며 "일정 확정은 안 됐지만, (회동의) 취지는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접촉 시도는 국민의당이 임명동의안 처리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11일, 안철수 대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121석)과 정의당(6석)은 김 후보자 임명 찬성, 자유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은 반대로, 찬성과 반대가 127 대 127로 팽팽하게 동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개인 판단에 따라 자유 투표를 하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당 지도부의 의중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당·청이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지도부에 대한 접촉과는 별개로 국민의당 의원 개인별로 접촉을 시도하기도 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자기가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찾아뵙고, 이야기를 듣고, 그 분들이 섭섭하게 느끼는 것을 듣고 제대로 관계를 맺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오늘 의총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당,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자는 것"이라며 "이미 1대1 설득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당도 맞불을 놓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다른 당은 국민의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전을 개시했다고 한다"며 "우리도 친소관계에 따라서 국민의당·민주당·무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김 후보자 인준이) 안 되는지 설득하자"고 했다.
국민의당의 몸값은 한껏 높아진 상태이지만, 당 소속 의원들을 타 정당에서 개별 접촉하는 데 대해 원내지도부는 불쾌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자당 의원들과 1대1 접촉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런 것은 안 하는 게 좋다"며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투표한다'고 돼 있다. 당론으로도 구속해서는 안 되는 국회의원을, 상대(당) 의원들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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