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사장님 !
오늘은 최고경영자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흔히들 최고경영자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하기도 하고 전쟁터의 지휘관과 같다고도 하며 항해하는 큰 배의 선장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고독한 자리라고도 하고 범인(凡人)은 하기 힘든 불가능한 업이라고도 하죠.
세상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최고경영자가 존재합니다. 이병철 회장 같은 치밀한 스타일의 최고경영자가 있는가 하면 정주영 회장 같이 저돌적인 스타일도 있습니다. 빌 게이츠 같이 온화하고 차분한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잭 웰치 같이 열정적인 경영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외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차이는 그들이 일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나 책임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할은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 신규사업을 구상하거나 회사의 색깔과 분위기를 만드는 일도 최고경영자의 몫입니다. 인재를 키우고 비전을 제시하는 일도 당연히 CEO의 책임이죠.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고 성실한 경영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꼭 수행해야 할 임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딴 일에 주력한다면 그 기업은 조만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의 업무는 전무나 상무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래 전에 어떤 기업의 경영 진단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 회장님의 주문은 회사의 매출이 서서히 줄어들고 영업 부서의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이유를 밝혀내고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전반을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사원들의 사기가 좀 떨어져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징후를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사장은 대단히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었죠.
정작 문제는 그 성실한 사장에게 있었습니다. 그는 아침에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할 때까지 엄청난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책상 위에는 결재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결재를 해나가다가도 걸핏하면 직원을 불러서 따지고 야단치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경리부서 출신인 그가 하는 일은 직원들이 몇 만 원 이상 비용을 지출한 서류를 다 갖다 놓고 일일이 영수증을 대조해가며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그에게 닥달 당하는 것이 싫어서 통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접대마저 기피하고, 그러다보니 영업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회사의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서 성실성 하나로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그였지만 사장의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경리과장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셈입니다.
사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상무나 이사 시절에 하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업무는 다른 임원의 업무와는 다르고 또 달라야만 합니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요? 흔히들 CEO는 선견력, 판단력, 결단력, 지휘통솔력, 실행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최고경영자는 전지전능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걸출한 경영자 잭 웰치는 그러한 리더가 되는 법을 아주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더가 되는 법
1. 리더는 모든 상황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지도하며 자신감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 팀을 부단히 향상시켜야 한다.
2. 리더는 사람들이 비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비전으로 살고 비전으로 숨쉬게 해야 한다.
3. 리더의 긍정적 에너지와 낙관적인 생각이 전 직원의 피부 속까지 침투하도록 해야 한다.
4. 리더는 정직함과 투명함, 신용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5. 리더는 인기 없는 결정을 내리는 용기와 배짱 두둑한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6. 리더는 회의주의자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의문은 반드시 행동을 통해 풀게 해야 한다.
7. 리더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 데 모범이 되어야 한다.
8. 승리의 기쁨을 직원들과 함께 축하하라.
이러한 역할을 못하고 있거나 이러한 역할을 할 자신이 없는 최고경영자라면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물어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라면 적어도 자신의 역할 만큼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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