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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찰도 G20회의 때 과잉 대응해 소송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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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찰도 G20회의 때 과잉 대응해 소송 당해

[아메리칸 코트] G20 서울회의, 준법적 치안 기대

지난 9월 21일 미국시민권연합(American Civil Liberty Union) 펜실베니아주 지부는 미국 연방법원에 2009년 9월 피츠버그 지역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 폐막 후 열린 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던 25명을 대신하여 소장을 제출하였다.

집회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체포

소송의 원고 당사자는 서로 개인적인 관계가 없는 25명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는 경찰이 주시하고 급기야 체포령을 동원한 집회의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집회를 구경하던 사람, 단지 길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집회가 이루어지던 곳으로부터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지나가던 사람도 체포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주장되었다. 실제로 이 소송의 원고 중 한명인 제임스 먼리라고 하는 사람은 집회가 이루어진 장소에서 좀 떨어진 친구 집에 가는 길에 경찰이 그를 제지하고 모욕적인 몸짓을 하며 체포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시민권연합은 당시 경찰이 과도하게 공권력을 발휘하여 평화적 집회를 방해하고, 심지어는 해산하라고 하는 경찰의 요구에 응하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체포했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체포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최루가스, 최루탄 등을 사용했으며, 체포한 사람들을 밤새도록 수갑을 채워 놓고, 춥고 비오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체포된 사람들의 일부를 수 시간 동안 바깥에 앉혀 놓았다고 주장하였다. 체포된 사람들은 최소 6시간에서 20시간까지 구금상태에 놓여 있었다.

G20 정상회담 기간 중 평화적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2009년 9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열린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리고 정상회담 기간 동안 피츠버그를 중심으로 하여 G20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와 행진 등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다. 당시 시위와 행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자신들은 평화적으로 법에 보장된 범위 내에서 시위, 집회, 행진을 하였으나 경찰이 최루가스, 고무총알, 귀청을 찢어지게 하는 대형 스피커 등을 사용하여 과도하게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질서가 깨졌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G20 정상회담이 폐막되고 나서 몇 시간 후 피츠버그 대학 중간에 위치한 광장인 션리플라자에서 G20 기간 동안 경찰의 평화적 시위, 집회, 행진에 대한 불법적 대응, 불법 체포, 구금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평화적 모임에 경찰력 동원하여 체포

42페이지에 달하는 소송장에 의하면, 날씨가 매우 좋은 가을 날 오후 2-300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평화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주최한 음악회로 모임은 시작되었고, 어린이들까지 데리고 와 어린이들과 모임이 있던 플라자 주변에서 놀면서 시위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밤 10시 40분경 1000여 명 가량의 경찰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시위대를 쭉 에워싸기 시작하였다.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어떠한 충돌이나 난폭한 행위도 없었고, 심지어 시끄러운 음주행위도 없을 만큼 그야말로 평화적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사전에 해산 명령도 없이 갑자기 시위대를 에워싸더니 깔대기 모양을 만들어 사람들을 플라자 가운데로 모아 100여 명을 바닥에 눕게 하고 모두 수갑을 채워 체포하였다. 몇 몇 사람들은 경찰의 명령에 불응하고 도망을 치기도 하였으나 경찰들이 따라가 체포하기도 하였다.

25인의 원고, 소송장에서 경찰의 위헌적 행위 등 주장

원고들이 소장에서 주장하는 것은, 평화적인 집회는 가장 소중한 시민적 권리 중 하나로 미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인데,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해산하고 이들을 체포하여 구금까지 한 것은 전체주의국가에서나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하는 것이다. 더더욱 그러한 경찰의 행위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항의하고 저항해 온 자랑스런 미국의 역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5명의 원고들이 피츠버그 시와, 시경찰국장 등 경찰 17명을 피고로 하여 주장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화적인 시위대를 해산한 것은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한 미국 헌법의 첫 번째 수정 조항을 위반한 위헌적 행위이다. 둘째, 그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체포하고 구금한 것은 G20 전후한 경찰 행위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행위이다. 셋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구금한 것이 미국 헌법 네 번째 수정조항에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 헌법은 네 번째 수정 조항을 통하여 비합리적인 수색, 압수, 체포 등을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다. 수색이나 체포에 앞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받아들여질 만한 이유에 근거한 영장 발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도 네 번째 수정 조항을 통하여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펜실베니아주 집회 관련법도 위헌임을 주장

이와 더불어 어떤 집회라도 집회에 참가한 사람 중 최소한 3명이 무질서한 행위를 하면 경찰이 그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게끔 한 펜실베니아 주 관련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펜실베니아 주 법은 '무질서한 행위', '심각한 불편 초래'등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경찰에게 권력 남용의 여지를 주어 헌법에서 규정된 집회 및 언론 자유에 재갈을 매기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여성 원고들은 체포과정에서 경찰들이 성적인 암시가 담긴 말들을 그들에게 했으며, 남자 경찰들 앞에서 요란스런 몸수색을 받았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화장실 사용도 허용되지 않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구금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위와 같은 것을 근거로 25명의 원고는 미국시민권연합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하여 피츠버그시와 경찰당국, 그리고 경찰 개개인 행위의 위법성을 주장하였으며, 그로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하여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말고도 2009년 G20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집회 및 시위,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피츠버그시 등을 고소한 사건이 몇 건 더 연방법원 등에 접수가 되어 있다.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준법적 치안 기대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G20 회의가 개최되었던 피츠버그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매번 충돌하였듯이 11월 서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찰은 대대적인 치안대책을 발표하였다. 역대 최대 규모인 5만 명의 경찰력을 동원하여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다. 행사기간 회의장인 코엑스 반경 2킬로미터 내에선 집회 및 시위가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일단, 엄격히 '법 테두리 내'에서 치안이 이루어길 바란다. 특수상황임을 내세워 경찰권이 남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제회의의 성공을 위한 '특수상황' 보다는 법을 지키며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리면 사는 '일상상황'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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