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수정해야겠다. 검찰은 '꼬리'조차 자를 용의가 없는 모양이다. 사정당국 관계자가 어제 말했다. "미국(하와이)에 있는 천신일 회장이 돌아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천신일 회장이 귀국하지 않을 경우 수사가 그 상태에서 중지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과한 평가일까? 검찰이 천신일 회장 대리인을 통해 그의 귀국을 종용했다고 하니까 팔짱 끼고 불구경 한다고 평하는 건 과한 것일까? 아니다. 그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람에게 귀국을 종용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직무태만이다.
천신일 회장이 출국한 시점은 9월 초였다. 천신일 회장 자녀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두 곳의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진 후였고, 천신일 회장과 임천공업 이수우 회장 간에 '수상한 거래' 의혹이 증폭되던 때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막지 않았다. 출국금지조치조차 내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천신일 회장의 도피성 해외 출국을 두 눈 멀건이 뜨고 지켜본 것이다.
거꾸로 볼 수도 있다. 검찰에서 천신일 회장의 '개인 비리'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9월 말이었다. 그가 이수우 회장으로부터 자녀 주식 매입 대금을 돌려받고, 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철근을 받아 썼다는 등의 구체적 혐의점이 본격적으로 언론 보도를 탄 게 9월 말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천신일 회장이 도피성 해외 출국을 한 뒤에야 그의 혐의점을 구체적으로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뉴시스 |
이렇게 읽으면 완성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호혜상생의 그림이 완성된다. 검찰은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색 낼 여지를 확보하고, 천신일 회장은 사법처리를 면할 기회를 확보하고.
하지만 끝은 아니다. 천신일 회장은 갔지만 남상태 사장은 남아있다. 검찰이 그동안 캐온 혐의가 천신일 회장의 '개인 비리'인 데 비해 남상태 사장에게 쏠린 의혹은 '권력형 비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허탈해할 이유도 없다. '천신일 수사'를 '남상태 수사'로 확대하면 된다.
'중간고리'인 천신일 회장이 태평양 건너편에 있어 그조차 캘 수 없다는 얘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중간고리' 의혹을 사는 인물이 천신일 회장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권력실세와 그 측근들 다수의 이름이 거명됐으니까 이들부터 조사하면 된다. 설혹 천신일 회장을 조사하지 못해 혐의점을 완전히 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다음 일이다. 검찰이 수사할 만큼 다 했다는 평가가 나온 뒤의 일이다.
천신일은 갔지만 남은 사람은 많다. 의혹은 넓고 수사할 사항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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