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23일 오후 청문회에서 "(이재오 후보자 전 보좌관인) 오동섭 고문은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갔고, 남상태 사장 연임도 미국에 있을 때 이뤄졌고, 제가 귀국할 때 그 문제가 다 정리된 상태였다"라며 "저로서는 정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동섭 고문 보고 (증인으로) 나와서 (내가 무관하다는)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에도 "남상태 사장을 아느냐"는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의 질문에 "잘 모른다"라며 "남상태 사장, 글쎄, 왜 그게(남상태 게이트) 의혹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오래된 보좌관(오동섭 고문) 중 하나가 대우…대우…거기에 무슨 고문으로 들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참여정부 때 임명됐던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정부 들어 연임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동섭 고문 임명 등을 통해 이재오 후보자,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 등을 동원해 연임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동섭 고문은 특히 이 후보자 최측근으로 꼽히고 있으며, 야당으로부터 '로비 창구'로 지목된 인물이다.
▲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뉴시스 |
오 고문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 고문으로서 본인의 역할과 관련해 "회사 상황이 객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의혹이 증폭되고 하니까 각계 각층에 설명하는 일을 했고, 홍보 부서와 함께 회사 이미지를 재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증인으로 출석한 대우조선해양 이상우 상무는 "오동섭, 함영태, 정하걸 고문 임명은 경영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모두 "경영적 판단"에 의한 임명일 뿐 연임 로비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상무를 향해 "오동섭, 정하걸, 함영태 고문, 세 사람 모두 한나라당 출신인데, 왜 한나라당 출신들만 고문으로 임명하고 (경영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민주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 집중 공세 "집권 세력 영원치 않아"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남상태, 천신일 증인이 가장 핵심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불출석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두 분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소위 말하는 '남상태 게이트'와 거기 연루된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역할에 대한 실체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후보자의 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오동섭 씨와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함영태 씨, 전 재경 포항연합향우회 사무처장 정하걸 씨가 각각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고문으로 위촉, 1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면서 남 사장 연임 로비를 해왔다는 의혹이 짙다"며 "이들은 해양조선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인물들로, 출근도 하지 않는 고문직을 맡으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을수가 있느냐"고 거듭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남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 기업에 특혜를 줘서 천신일 회장에게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남 사장은 작고한 대통령 영부인의 남동생(김재정 씨)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그로 인해 민정수석 등이 연임 로비에 동원됐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우 상무를 향해 "남상태 사장에게 제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하라"며 "집권 세력은 영원하지 않아.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생활 10개월 식비가 293달러? 핫도그도 못 사먹어"
이 후보자의 미국 시절 씀씀이에 관한 제출 내역도 도마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가 10개월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2만 2000달러를 썼는데, 한달에 생활비를 300달러 썼다고 자료를 제출했다. 중고등학생들도 미국 유학을 가서 300불로 워싱턴디시에서 생활했다고 하면 믿겠느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2008년 총선에서 낙마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0개월 가량 체류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체류비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오동섭 고문 등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재직중인 측근들이 미국 체류비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 역시 남 사장 유임 로비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
박 의원은 "이 후보자는 10개월 식비로 293 달러를 썼다고 자료를 제출했는데, 293 달러로는 핫도그, 햄버거도 못 사먹는다"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제가 식비를 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도 대접을 받는다. 애초에 그렇게 얘기하지, 천하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300 달러도 안되는 돈을 식비로 썼다고 제출하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미국 체류비와 관련해서도 "(친구 집에서) 얹혀 사느라 그렇게 (생활비가 많이 안)들었다"고 답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 자료 제출한 것 등을 지켜보니 마치 '내가 정권의 실세다'라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후보자는 대북 쌀 지원과 관련해 "인도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재오와 통화했다" 한마디로 조례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서울시의회 '전동차 제작' 조례 개정 외압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최홍우 서울시 교통위원장은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한테 직접 전화를 받았다"며 "김상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께서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들먹이면서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얼굴이 불쾌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전동차 제작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시사한 것. 이 개정안은 서울도시철도 공사가 전동차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홍우 전 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오 위원장과 전화한 일도 차 마셔본 일도 없다"며 "그 때 도시철도 직원들이 민정수석 운운하고 장내가 시끄럽길래 짜증이 나서 (이재오 위원장과 통화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최 전 위원장의 "이재오와 통화했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면 위증을 한 것이 되고, 사실이라면 이재오 후보자의 '파워'를 입증하는 것이 된다. "이재오와 통화했다"는 한 마디로 장내를 정리하고 조례안을 통과시켜버린 게 되기 때문이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