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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후보 1위' 손학규,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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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야권 대선후보 1위' 손학규, 언제까지 갈까?

[분석] '한미 FTA' 넘어 '야권연대' 현실화까지 가시밭길

한 고비 넘었을 뿐이다. 그가 말한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는 길까지 가는데 있어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스타트 라인에 불과하다.

일단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대표 취임 이후 '손학규 지지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야권 단일 후보' 적임자로 손 대표가 처음 압도적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눈앞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이라는 고난이도 과제가 놓였다. 앞으로 2년은 매일 매일이 손 대표에게 시험이겠지만, 첫 장애물부터 만만치가 않다.

야권연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왼쪽보다는 오른쪽을 끌어당겨야 한다고 주장해 온 손 대표가 '왼쪽'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기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실망은 더 큰 법이다.

정통성 계승과 선명성 부각에 주력한 손학규 대표의 첫 일주일

그의 일주일을 평가하기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아직은 '인수인계' 단계에 불과하다. 11일에야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고, 이날에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를 마지막으로 순회 인사를 끝냈다.

▲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연합뉴스
당 대표로의 첫 한 주일, 그는 정통성 계승과 선명성 부각에 주력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노 전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것이 노 전 대통령과 나의 관계의 본질"이라고 잔뜩 몸을 낮춰 반성문을 썼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 장관을 만나서는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가 아니다", "정부 여당이 제대로 못하면 우리가 (정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등 맹공을 폈다.

당 내부로 보더라도 크게 꼬투리 잡힐 일 없이 신중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첫 인선으로 486(40대, 80년대 학번, 6월항쟁 세대)의 좌장격인 김영춘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김영춘 전 의원의 발탁은 지도부 내 최대 다수인 '쇄신연대'에 맞서는 이른바 '손학규 라인'의 형성이다. 동시에 486이 갖고 있는 '개혁'의 이미지를 통해 상대적으로 오른쪽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정체성 시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신 사무총장과 대변인 인선에서는 최측근인 김부겸 의원을 막판에 빼고 호남 출신 이낙연, 이춘석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호남 주요 인사들의 의견을 전폭 수용한 것이다. 김영춘 최고위원이 '손학규식 전국정당화'의 시동을 건 것이라면 사무총장, 대변인 인선은 전형적인 '호남 배려'였다.

한 달 전엔 6위였던 차기 대권 후보 지지도 2위로 급상승

외부적으로도 분위기는 좋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년이 넘도록 야권에서 독보적인 선두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제1야당 대표'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순식간에 꿰찼다.

전당대회 한 달 전에는 차기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도가 3.6%인 6위(<프레시안> 창간 9주년 특집 여론조사, 디오피니언)에 불과했던 손학규 대표였다. 30.5%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말할 것도 없고, 유시민 전 장관(8.5%)이나 정동영 최고위원(4.7%)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틀 뒤인 지난 5일 실시했던 조사에서는 11.8%, 2위(동서리서치)로 수직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31.5%, 유시민 전 장관은 7.2%였다. 범야권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손 대표는 33.3%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유시민 전 장관은 12.8%였다.

지난 7일 우리리서치 조사에서는 더 올라갔다. 야권 단일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7.0%가 손 대표를 꼽았다. 2위인 정동영 최고위원(11.9%)이나 3위인 유시민 전 장관(11.7%)보다 25%포인트 이상 높았다.

손학규 리더십의 첫 시험대,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손학규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회가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처음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정동영 최고위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손 대표가 백지 답안으로는 시험장을 나갈 수 없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적은 외부에도 있지만 내부에 더 많다. 선공을 취했던 정동영 최고위원 등 2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재협상 요청서"에 서명을 했다. "자칫 불리한 것은 내주고 원하는 것은 못 가져올 수 있다"는 손 대표의 '재협상 불가론'과 배치된다.

손 대표의 측근들은 "일부 의원들의 재협상 요구는 그 말의 진정성 보다는 노선 싸움을 촉발시켜 당내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더 크다"며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지만, "미국이 공식적으로 FTA 수정을 제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 문제는 현실이 됐다.

민주당은 11일 당내 FTA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입장 정리를 위한 공론화 작업이다. 전현희 대변인은 "일단 FTA 특위에서 전문가와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의원총회를 거쳐 당의 최종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에게 한미FTA는 양날의 칼이다"

▲ 손 대표에게 한미 FTA는 양날의 칼이다.ⓒ프레시안(최형락)
손 대표에게 한미 FTA는 양날의 칼이다. "재협상은 안 된다"는 손 대표의 소신과 반대의 결론이 의총에서 도출될 경우 그의 리더십은 시작부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쇄신연대와의 1차전 패배는 일단 숨죽이고 있는 반대파들의 목소리를 키워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전당대회에서 얻은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며 "뒤흔들려고 작정하면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는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손 대표가 한미 FTA라는 '괴물'을 만나 항해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과 별도로 손 대표의 재협상 불가론이 자칫 '원안 찬성'으로 읽혀질 수 있는 위험도 가지고 있다. 손 대표는 이미 "지금의 협정문은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손 대표가 한미 FTA 원안을 찬성한다"는 것이 FTA를 둘러싼 논쟁에서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모두가 필요성을 소리 높이는 '야권연대'에는 치명타다.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4당은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을 일찌감치 들고 나왔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재협상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협정 폐기'가 공식 입장이다.

최재천 전 의원도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최근 상당히 좌클릭 돼 있다"며 "손학규 대표가 애매하고 실체 없는 중산층에 기대기보다는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 진보와 개혁 노선에 충실해야 차기 대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당내 주도권 장악을 위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자니 다른 야당의 눈초리가 따갑고, 야권연대라는 또 다른 대의를 위해 소신을 뒤집자니 '무능한 지도력'으로 낙인찍힐 걱정이 크다. 손 대표가 선거 기간 각종 이슈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한미 FTA 재협상 국면이 불러올 이런 딜레마는 손 대표에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손 대표의 출현에 대해 겉으로는 "한나라당에게 참으로 힘든 정권 재창출의 구도가 올 것"(홍준표 최고위원)이라며 엄살을 떨고 있는 한나라당이 속으로는 "솔직히 손 대표는 쉬운 상대"라며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은 이런 사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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