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무사, 신학용 의원 조사…"군사독재 시절이냐"

박지원 "기무사의 야당 의원 조사 운운은 헌법 위반"

국군 기무사령부가 군사 기밀 누설 혐의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을 조사키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장 "헌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기무사는 지난 8일 함동참모본부 신 모 중령이 3급 군사 비밀인 천안함 사고 당시 문자 교신 내역을 신 의원실에 보고하는 과정을 조사하면서 신학용 의원실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고를 받은 신 의원이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과정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기무사는 현재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국회의원이 열람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언론에 공개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 의원은 "군사 독재 시절에나 있던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 의원은 10일 "허술한 안보태세를 정비하고 책임자 문책에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문제를 제기한 의원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문자 교신내역 공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또 "군이 천안함 사건 직후 암호체계를 바꾼 까닭에 더 이상 군사기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학용 의원실 관계자도 "과거 야당 시절 한나라당 의원들도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지만 결국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던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지난 2004년 야당 시절 "전쟁에 대비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가진 탄약 보유량은 목표 대비 59%에 불과하다"고 군사 기밀을 누설해 이듬해 국회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기무사 등 군 당국의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송영선 의원 등도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6년 국정감사에서 군사2급 기밀을 발설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군으로부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점검회의에서 "이 정부가 중대한 북한의 정보를 입수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야당 의원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대표로서, 안보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그것을 '군사기밀' 운운하면서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5공 유신때의 발상"이라며 "기무사가 계속 신학용 의원 문제를 운운한다면 민주당은 거당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자신의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고 기무사의 방침이 헌법을 위반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신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사고 당일 아침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예비모선이 작전에 나섰다는 사실 등이 전파됐으나 정작 합참 등은 경계태세 발령 등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국방부 김태영 장관은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심각한 정보 누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현재 기무사는 신 의원에 대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