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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아니면 격투기…중국 고아에게 던져진 잔인한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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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아니면 격투기…중국 고아에게 던져진 잔인한 선택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어른들의 돈벌이가 되는 중국 고아들

근래에 한국과 중국은 정치, 안보, 경제, 역사 등의 민감한 문제로 긴장의 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양국 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연달아 터지고 서로가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매체가 관련한 뉴스로 연달아 여론을 자극하며 현재는 서로가 서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래에 소개할 이슈는 이러한 갈등과 국적을 떠나서 모두의 문제로 공감하고 논의하며 그 방안까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미성년 고아에 주어진 어려운 선택지

지난 7월 20일, 5분 46초 가량의 길지 않은 동영상이 중국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동영상은 중국 사천 양산(四川 凉山) 출신 14세 소년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들은 고아로 사천 성도(四川 成都) 지역의 은파(恩波) 격투기 클럽에 소속되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매일 격투기 선수가 되기 위한 엄격한 체력 훈련을 수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소속 클럽이 주최하는 경기에 실제 선수로 투입된다.

대부분의 구성원은 10~15세의 소년이며, 현지의 관련 민정 기관이나 형편이 어려운 조부모의 손에 이끌려 클럽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들은 훈련과 취침의 반복인 일상을 보낸다. 우리가 그 또래에 당연히 여기는 어른의 보살핌, 의무인 공교육 역시도 그들에 대해선 예외다. 한 소년은 UFC 진출과 우승을 인생의 목표라 말하고, 또 다른 한 소년은 2016 MMA 어워즈 올해의 파이터 코너 맥그리거(Conor Mcgregor)가 자신의 우상이라 말한다.

그들이 익숙한 사람과 환경을 떠나서 격투기 클럽을 선택한 데에는, 그리고 엄격한 훈련과 잔혹한 경기를 견디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격투기 클럽은 훈련과 경기의 결과로 소년들의 거취를 결정한다.

영상에 따르면 클럽은 아이들에게 제법 괜찮은 의식주와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 소년은 클럽에서는 매일 소고기와 달걀을 먹을 수 있지만 집으로 돌아간다면 감자만 먹을 수 있고 아마도 고된 노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고백했다.

▲ 중국에서 공개된 이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상 <싸우는 고아>의 한 장면. 격투기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실제 링 위에 올라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격투고아(格斗孤儿), 무엇이 문제인가?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격투기 클럽과 운영자 은파(恩波)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의무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혹독한 훈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에 출전비는 있으나 클럽 측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필요한 경우에 지급한다고 말하는 코치의 인터뷰에 클럽이 돈벌이를 위해 의지할 데 없는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에 격투기 클럽이 희망 없이 고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격투기 훈련을 통해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기회를 준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된 사천 양산(四川 凉山)은 소수민족 이족(彝族) 자치주로 중국에서도 상당히 빈곤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아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기본적인 의식주도 보장받기 어렵고, 평생을 빈곤과 힘겨운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중국의 현실을 보자는 의견이다.

한편, 아직 어린 소년이 혹독한 격투기 훈련과 감자로 끼니를 때우는 삶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 나아가 그들을 이렇게 방치한 어른과 사회가 진정한 문제이자 비극이란 지적도 있다. 설사 이들이 고향으로 보내진다고 해도 그들이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참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기까지 오기 전에 당연히 받아야만 했었던, 그러나 제대로 받지 못한 관심과 지원이 사실은 그들의 권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어진 후속 보도를 보면, 지난 8월 16일 은파(恩波) 격투기 클럽은 결국 10여명의 양산(凉山) 출신 고아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텨왔던 소수 아이들도 결국 어른의 손에 이끌려 돌아갔고, 현지 교육부서 담당자는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은 현재 후견인의 보호 아래 개학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떠한 선택이 아이들을 위해서 옳은지에 관련한 어른들의 논쟁과 아이들의 현실은 계속된다.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

격투기 고아에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그들의 고향인 사천 양산과 현 거주지 성도의 교육 담당 관계자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데 급급했다. 또한 클럽의 운영자 은파(恩波)가 그간 어떻게 혼자서 400여 명의 고아를 합법적으로 입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세간의 질문에 관계 당국의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명확한 답변을 신속히 내놓지 못했다. 사실상 고아가 제대로 의무 교육을 받고 있는지 여부는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성장이 중요한 국가이지만, 근래에는 구성원 각각의 삶의 문제도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중국은 건국 이후 오랜 기간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영역에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의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문제나 갈등이 발생하였고, 때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중요한 것들도 간과되었다. 격투기 고아의 잊혀진 권리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순위나 영향력 강화도 중요한 문제지만, 각각의 구성원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형편이 어려운 고아가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격투기 선수로 성공하는 것은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현실이라면 이는 분명 비극이자 그 사회가 불완전하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도 불편한 사회적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완성형 국가는 아니다. 오히려 최근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제도나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양적인 성장에 관심을 빼앗겼던 사회적 문제가 새로이 드러나며 주목 받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정부, 사회, 개인 모두가 주변을 둘러보고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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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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