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여야의 의지가 맞부딪치면서 청문회는 개의 후 본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30여 분간 의사진행발언을 통한 기싸움의 장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게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인권법연구회 소속인지 아닌지 밝힐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거나, 김 후보자의 병역진단서, 관용차 사용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자료 제출 요구를 빙자한 정치적 발언"이라며 "그 판사가 인권법연구회 소속인지 아닌지가 김 후보자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미 부결시켜야 한다고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게 청문회냐. 이럴 거면 청문회를 뭐하러 하느냐", "과도한 정치적 공세는 자제해 달라"고 역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맞섰다.
앞서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김 후보자가 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했던 전력을 들어 '진보 편향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를 의식한 듯 "제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진보', '파격'이라는 우려를 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저는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했을 뿐, 이념적·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전혀 없다"고 선제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저는 판사이고, 판사는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을 귀기울여 듣고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분쟁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판사를 진보·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뿐더러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또 민주당 고용진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리법연구회와 인권법연구회가 '편향적'인지에 대해 "두 모임 모두 학술단체이지 정치적 편향을 가진 단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저는 판사로서 편향성을 갖기보다 개개의 사건마다 타당한 원칙을 구했다. 편향적으로 (판결)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기동민 의원과의 문답에서는 "(두 단체는) 연구단체이지 사조직이 아니다. 가입과 탈퇴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이뤄지는 단체이고, 그만한 숫자(400여명)의 사람들이 일정한 정파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격로를 먼저 차단하며 적극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고용진 의원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지난달 하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편향됐다, 좌파다 우파다 하면서 찬반 양론이 나오는데 조심스럽게 평가했으면 좋겠다. 그 조직이 약간 좌파적으로 편향된 활동을 했다고 해서, 그리고 그 소속원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 것을 찾아내 청문회장에서 그대로 읽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우리법연구회를 하나회에 비유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며 하나회와 우리법연구회를 대조한 자료까지 만들어 왔다.
야당에서는 '코드 인사'라는 주장을 쏟아냈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코드 인사"라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진보적 판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도 "인사 폭주의 정점에 김 후보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과 장 의원, 곽상도 의원 등은 김 후보자의 경력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무리 자료를 훑어봐도 '깜'이 되느냐.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청장이 되는, 춘천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되는, (군대의) 준장이 참모총앙이 되는 격"이며 "이런 것은 쿠데타 이후에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후보자는 '코드 인사'라는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과는 아무 (인간)관계가 없고, 조국 민정수석도 명성은 알고 있지만 지명 통보를 받은 것 외에는 연락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려하시는 바는 받아들이지만, 지금 시대 대법원장이 꼭 그같은 경력을 갖춰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곽 의원은 김 후보자가 양승태 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근무처인 춘천지방법원에서 서울 대법원으로 이동할 때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것에 대해 "늘 관용차를 이용하다 국민 관심을 끌기 위해 한 '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에게 차가 주어지기는 춘천지법원장 임무를 수행하라고 준 것인데, 이것(대법원장 후보자로서의 일정)이 지법원장 임무인지 개인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관용차를 쓰면 혼이 날 줄 알았지…(안 썼다고 '쇼'라고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도 거론됐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블랙리스트에 대해 다시 조사할 것이냐'는 취지로 물었고,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가 파일을 조사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컴퓨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조사 미진이 아니냐고 하고 있다"며 "첨예한 사안이라 후보자 입장에서 어느 한 쪽에서 답하기 어렵다. 진상조사보고서와 추가(조사)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 뿐이지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만 답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위해제를 요구했는지와 관련해서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 자리에 있으면 의혹을 조사할 수 없으니, 사법행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으로 피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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