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비판 자제를 요구한 대주주의 보도 개입 사례 폭로가 나온 후, SBS 구성원들이 연달아 대주주의 보도 개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환경전문기자인 박수택 SBS 기자는 지난 달 29일 노보를 통해 2009년 6월 초 SBS의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윤세영 회장(SBS 명예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4대강 사업 관련 보도를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노보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같은 논리로 4대강 사업의 장점을 주장했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주주 측이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내용의 보도지침을 보냈고, 특히 이 중에는 "모든 부서가 협찬과 정부 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내용의 광고 영업 강화 지시까지 포함돼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두고 10일 2015년 입사자인 21기 기자들은 "우리 뉴스가 벼랑 끝에 다다랐을 때 '뉴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온 대주주의 보도지침이 부끄럽다"며 "우리도 박근혜 정권에 정면으로 칼을 겨누자는 선배들의 외침에 돌아온 대주주의 답이 고작 이런 것"이었다고 대주주를 비판했다.
14기 기자들은 "대주주에게 저널리즘, 기본, 원칙이라는 언어는 허상에 불과해보였다"며 "박근혜 정부를 도우라는 보도지침이 정말 효율적이었는지, SBS 뉴스가 생각한 만큼 성장했는지"를 물었다.
시니어급인 6기 기자들은 "20년차 고참이면서도 머뭇거리고 타성에 젖어가던 모습을 떨쳐내겠다"며 앞으로 부당한 보도지침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능단체도 성명을 내며 사측을 압박했다. 기술인협회·기자협회·아나운서협회·촬영감독협회·카메라감독협회·카메라기자협회·PD협회 등 7개 직군 협회는 공동성명을 내 "대주주의 전횡이 반복되는 상황을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해사 행위"라며 "이제 신뢰의 위기, 생존의 위기에 몰린 SBS를 바로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소유와 경영 분리, 시청자 이익을 위한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SBS 노조는 사실상 윤세영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 결의문을 낸 바 있다.
지난 6일 SBS 노조는 긴급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인적, 제도적 분리 확립 △취재, 제작, 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SBS 사업 및 수익 구조를 시청자 이익에 최우선으로 복무토록 정상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리셋 SBS 투쟁 결의문'을 발표했다.
과거 SBS 대주주 측은 부당한 보도 강압으로 특히 4대강 사업 등 대주주의 이익과 관련한 내용을 홍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실상 SBS의 대주주로 꼽히는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윤세영 회장이 보유한 회사다. 태영건설은 4대강 사업 당시 관련 사업을 따낸 바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2015년에는 4대강 저수지 공사 입찰 당시 담합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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