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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 논쟁'에만 갇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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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 논쟁'에만 갇히면 안 된다"

[초록發光]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 2호기, 핵연료 장전 하지 말자

모두들 2기의 핵발전소, 즉 신고리 5, 6호기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지켜보고 있지만, 조만간 아니 바로 당장 28기의 핵발전소를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24기 외에 폐로가 진행될 고리 1호기, 그리고 머지 않아 준공될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를 포함하는 28기의 핵발전소가 '탈핵'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논의로 인해 더욱 가려져 있는, 도합 4.2GW의 핵발전 설비 용량을 추가하게 될 3기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스로 인정했듯 새 정부의 탈핵 정책은 대선 공약에서 분명히 후퇴한 것이다. 그는 후보 시기에 영덕과 삼척에 계획 중인 핵발전소는 물론이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백지화를 약속했고, 공정율 93%인 신울진 1, 2호기와 완공을 앞둔 신고리 4호기의 건설을 잠정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공론화의 대상은 신고리 5, 6호기가 아니라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는 3개 호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3기는 완전히 논외로 되어 있다.

2019년까지 3기의 핵발전소 추가 가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신고리 5, 6호기가 백지화되더라도 전체 핵발전 설비 용량이 크게 늘어난다. 둘째, 산술적으로 설계수명을 고려했을 때 탈핵 시점이 빨라야 2079년으로 늦어진다. 셋째, 울진과 울산 및 부산 지역에 각각 8기의 핵발전소가 존재하게 되어 다수호기 밀집의 문제가 현실화 된다. 넷째, 폐로해야 할 핵발전소가 28기로 늘어나고 그만큼 핵폐기물 발생도 증가하게 된다. 또한 25기 이상의 핵발전소는 '핵강국'의 사회심리적 임계치가 될 수도 있다. 지금 25기 이상의 핵발전소 보유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뿐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공론장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새 정부로서는 이 3기를 논외로 하는 것이 전력예비율 부담에서 일정한 여유를 가지며, 매몰비용과 보상 논쟁도 비껴갈 수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3기의 완공과 그리드 병입 시점에서 어차피 논란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초미의 관심 속에 작성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은 이 3기도 재검토할 필요성을 알려준다.

주목할 만한 두 개의 수치가 있다. 우선 초안은 2030년의 발전 설비 적정예비율 전망치를 2년 전 7차 수급계획의 22%에서 조금 낮거나 같은 20~22%로 잡고 있다. 이는 연중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핵발전소의 비중을 낮추도록 한 에너지 정책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1%의 예비율은 대략 핵발전소 1기 분량에 상응하기 때문에 2기의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그 대상은 신고리 5, 6호기일 수도 있지만 완공을 앞둔 3개 호기로 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가 7차 수급계획보다 11.3GW 낮아졌는데, 이는 특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이 연평균 3.4%에서 2.5%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고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11.3GW의 의미와 발전원 믹스의 구성 역시 여전히 해석과 논의의 영역이다.

물론 전력 설비가 언제까지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심의위원회는 공식 브리핑에서 2026년에는 0.4~5GW, 2028년 4~8.6GW, 2030년까지 총 5~10GW의 시설 용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신재생에너지 여건에 더욱 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초안의 전망치들조차 적극적 수요관리, 특히 급전지시를 포함하는 동하절기 피크관리 기법들은 충분히 적용하지 않은 것이기에 보수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불과 5년 뒤에는 상당히 다른 기법과 내용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출될지 모른다. 때문에 초안의 작성자들도 전력 수요의 전망 기간을 줄이고 보다 유연하고 기동적인 점검과 대응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핵발전과 같이 1기당 발전 용량이 크고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기저 발전원 설비는 더욱 부적절해지고 있는 셈이다.

다시 물어보자.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 2호기 가동은 필수적인가?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로 설정한 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불가능해 보이며,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한 이 3기의 완공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완공되었다고 가동을 해야 할까? 핵연료가 장전되어 한번이라도 핵반응이 일어나면 그 자체로 핵발전소는 거대한 방사능 폐기물이 되고, 그 때문이라도 계속 가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최소한 2025년까지 전력 예비율이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2030년까지도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요관리 등 에너지 여건 변화에 따라 여유가 유지될 수 있다면 그 때 이 3기의 가동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신고리 5, 6호기의 백지화 또는 재개 논의 외에 이 3기의 가동 문제의 논의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 완공을 하더라도 핵연료 장전은 미루고, 2년이든 5년이든 기간을 두고 가동 개시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조건부로 삽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3기의 가동 문제는 국회와 시민 모두가 수년간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진정한 탈핵정책 공론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3기의 핵발전소를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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