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경량화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핵폭탄과 운반수단의 결합을 북핵 관련 '레드 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송 장관은 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안 보고를 한 후 의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500킬로그램 이하로 핵폭탄을 소형·경량화했다고 보느냐'는 내용의 질의를 한 데 대해 "저희는 그렇게 추정한다"며 "ICBM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송 장관의 답변은 앞서 문 대통령이 정한 '레드 라인'의 내용과 부합하는 것이지만, 전날 청와대의 설명과 다소 어조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여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 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점점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문 대통령의 레드 라인을 넘은 것 아니냐'고 묻자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논란의 소지가 많고 확인된 바가 없다"며 "레드 라인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핵과 미사일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 발표 내용을 봐도 '완성 단계로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표현을 계속 말하는 것을 보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고 본다"고 했었다.
다만 송 장관은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은 게 아닌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레드 라인 규정은 신중하게 엄중한 상황을 확실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레드 라인은 군사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고 추상적인 외교적·정치적 용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런 것을 넘든 안 넘든, 제가 말하는 것은 작전 개념"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한편 송 장관은 북핵 대응에 따른 한반도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전술핵 재배치라는 대안도 깊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이같은 답변 내용을 재차 확인하자 "모든 사항을 포함해서, 그것까지 포함한다는 뜻"이라면서도 발언의 취지는 맞다고 했다.
송 장관의 이같은 답변에, 오히려 여당에서 우려가 나왔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게 장관 소신이냐"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제 소신이 아니라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정부 내에서 협의가 진행된 것이 있느냐"고 재차 묻자 송 장관은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성급한 발언"이라며 "설사 그런 검토를 하더라도 정부 내 협의되지 않은 얘기를 '질러' 버리면 정부 내 혼선으로 비친다"고 송 장관을 질타했다. 송 장관은 이에 "전술핵 이야기는 확장억지 강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번에 북한이 이 정도 핵무기를 개발했으니 여러 대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지 배치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식 검토가 아니라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의원은 '북한 핵폭탄이 ICBM에 탑재할 수준'이라는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발언이 ICBM에 핵폭탄을 탑재할 만큼 북한의 기술 수준이 진전됐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폭탄의 크기와 무게가 500킬로그램 미만이라 탑재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 따져 물었고, 송 장관은 이에 대해 "후자의 말씀"이라고 앞서 발언 내용을 한정했다.
송 장관은 다만 앞서 자신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 당국과 전술핵 관련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의원들과 언론 일부에서 전술핵 배치 요구가 강하니 정기적·정례적 억제 자산 전개를 한반도에 하는 게 좋겠다는 요구를 미국에 했다"며 "(그것이) 전술핵 요구를 했다는 것처럼 확대 해석됐다"고 해명했다.
송 장관은 전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 상태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나 대화보다 군사적 대치 상태를 강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방향 아니겠는가 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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