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월 26일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개량형 300mm 방사포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틀 후 "한미 공동 평가 결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북한의 도발 의미를 축소하려고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
'방사포→탄도미사일'…청와대 혼선에 십자포화)
청와대의 성급한 판단과 공개적인 언급은 분명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정작 정보 판단의 혼선이 품고 있는 더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보 혼선의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발사체의 "최대고도가 50여km로 분석돼 평상시 탄도미사일 발사 각도와 달랐다"는 데에 있다. 이번 북한의 발사체가 250여km를 비행한 점에 비춰볼 때, 통상적인 최대고도는 70km 안팎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km 정도 낮게 비행했다.
여기에 담긴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배치와 가동이 임박해지고 있다는 사드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무력화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사드 '전방'에 대한 침투 능력 과시이고, 또 하나는 사드 '기지' 자체에 대한 공격 능력의 확보이다.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는 40km이기 때문에 이 밑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최대고도는 50km였고, 이 고도는 사드 요격 사정권 훨씬 북쪽에서 형성된다. 이는 이 미사일이 사드 방어권 진입 시 40km 보다 훨씬 아래로 비행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휴전선에서 사드 기지까지 270km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를 조금만 늘리면 사드 기지를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이를 두고 군 당국은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패트리엇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패트리엇은 방어권이 극히 좁은 '거점 방어(point defense)' 시스템이다. 또한 성주 사드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 인근에 패트리엇과 같은 저고도 방어 체계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성주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성주의 '군사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성주 기지를 사드와 패트리엇 등으로 요새화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교란체를 사용하거나 무인기와 같은 다른 투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초고각으로 발사해 사드의 요격 속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옵션도 있다.
하여 군사적으로 볼 때도, 한국에 사드를 배치키로 한 "동맹 차원의 결정"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의 법칙'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 모두에서 제기된다. 하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 자체부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공격 수단으로부터 사드 기지를 방어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사드 배치는 가속화할 것이 아니라 철회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군사적인 합리성에도 맞다. 사드가 초래하고 있는 '대란'의 크기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고 있는 반면에, 사드가 없어도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력은 충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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