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진행된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변은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편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다른 편에선 이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충돌을 우려한 탓에 법원 주변엔 경찰 800여 명이 배치됐다. 법원에 드나드는 이들에 대해서도 통제를 했다.
지난 7일 결심 공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부회장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에게도 폭언을 했었다. 법원 주변에 대한 엄격한 통제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심 선고를 앞두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이 부회장 및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오늘날 삼성이 잘못된 기업이 된 건 삼성뿐 아니라 역대 정부, 법원, 검찰이 삼성을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 비리엔 법조계와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황 씨는 "이재용뿐 아니라 삼성 경영진인 권오현, 박상진, 최지성, 황성수 등도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수를 도와서 비리를 기획한 전문경영인들의 책임에 대한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역시 법원 근처에 모였다. 이번에는 폭언을 하는 장면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오직 대통령은 박근혜'(오대박)와 '태극기 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등 관계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용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가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이 부회장의 가족이 출석할지 여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전(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