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노조의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압박"에 "퇴진"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졌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사장은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과거 광우병 보도와 한미 FT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대업 병풍 보도 등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청자나 역사의 판단은 다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정치권력과 언론 노조가 손을 맞잡고 물리력을 동원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MBC를 김대업 병풍 보도나 광우병 방송, 또 노영방송사로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야 MBC가 정치권력과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라며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경영진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전날 MBC 아나운서 27명이 언급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본 적도 없는 문건으로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연진을 흔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한 의미의 '블랙리스트'는 자신들의 성향과 다르다고 배포한 부역자 명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월 4일로 예고된 파업에 대해 "언론노조 소속 일부 정규직 사원들이 주도해서 회사를 나락으로 몰고 간다면 이곳에 생계를 맡기고 있는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며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가결되면 2012년 170일 간의 파업 이후 5년 만이다.
김장겸 사장 퇴진 요구는 지난 6월 MBC 예능 PD 47명이 성명서를 내며 본격화됐다.
이들은 김 사장에게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라면서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 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고 비판했다.
PD들은 특히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하는 거 보면 지지리도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며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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