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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더듬어 보겠다"…野 "더듬이 총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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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호 "더듬어 보겠다"…野 "더듬이 총리냐"

"천안함 사과 없이 대북 지원 곤란"…잦은 외유 경비 출처도 논란

25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느닷없이 쌀밥 한 그릇과 떡 한 덩어리가 등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준비한 쌀밥과 떡은 청문회 도중 김 후보의 앞에 놓여졌다.

강기갑 의원은 "2005년에 생산된 쌀로 만든 밥과 떡으로,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금은 주춤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묵은 쌀을 사료로 주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었는데, 후보자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농고와 농대를 나온 인물이다. 앞선 청문회에서 그는 "가난한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났고, 똥장군도 져 봤다"고 자신의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강기갑 의원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든 것.

"천안함 사과 없으면 대북지원 곤란"

강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경직된 대북정책으로 쌀 지원 문제에 대한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쌀 재고량이 올해 150만 톤까지 늘어난다고 하는데, 매년 36만 톤씩 북한에 지원했던 물량이 3년 째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북한의 동포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들판에 벼가 자랄수록 오히려 우리 농민들의 근심과 걱정,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면서 "후보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태호 후보자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국내의 쌀수급 문제와 대북 쌀 지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은 북한이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니냐"며 "천안함을 비롯한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와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강기갑 의원은 "도지사 재임시절 많은 대북지원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묻자 김 후보자는 "거꾸로 천안함 사태를 일으키는 것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는 반응도 보였다.

김 후보자는 "북한도 어려울 때 '어렵다, 좀 도와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칼을 들이대 놓고 사과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세계적 전문가와 민간단체가 조사해서 북한이 일으킨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왜 그것을 갖고…"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관련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자 강 의원은 "후보자를 보니 대북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코드가 똑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기자)

"기억이 안 난다, 더듬어 보겠다" vs "더듬이 총리냐"

전날에 이어 각종 도덕성 의혹들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0억 원의 정치자금을 대출받아 은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대목에 대해선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 없이 "사실과 다르다", "믿어 달라",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 등 피해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더듬이 총리냐", "그렇게 기억을 못하는데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하느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김태호 후보자는 도지사 재직 중 47회 외국에 다녀왔고, 그 중 12차례는 사적인 일이었다"며 "2007년 이후 배우자가 7차례, 자녀들이 8차례 등 외국에 다녀 왔는데 자금 출처가 어디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항공료와 숙박비, 식대 등을 최소한도로 계산해도 약 7700만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후보자는 일반적으로 생활비 400만~500만 원을 썼다고 하는데, 누가 이 비용을 부담했는지 밝히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한 '수상한 베트남 여행'도 재차 언급됐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후보자가 지난 2006년 8월25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에 방문할 때 하남 마해사의 무진 스님과 동행했다는 목격자가 있다"며 "사실이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무진 스님은 박연차 회장과 동향이고 호형호제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이광재, 서갑원 의원이 같은 달에 베트남에 가서 박연차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김태호 후보자는 수사를 받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그것과 저와는 상관이 없다"며 부인하다가 "개인적인 문제인 만큼 이해해 달라"는 애매한 답변만을 내놨다. 공방이 이어지면서 김 후보자는 "그렇게 의혹만 갖고 보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문 중복 게재 지적…"자신의 가치와 논리를 홍보하는 일"

김 후보자가 자신의 논문을 4차례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1990년 농업교육학회지에 발표한 <전환기 농촌사회교육의 위상정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의 상당 부분을 2년 뒤 박사학위 논문에 그대로 실었다. 또 김 후보자는 1년 뒤 다른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과 1996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도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연구의 지침도 없던 20년 전 이야기"라며 "자기 생각과 자기의 가치, 자기의 논리를 어느 학회지에 쓰든 다시 모아서 논문을 쓰는 것은 좋은 가치를 홍보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기 글을 자기가 인용한다는 (자기 표절의) 개념이 당시에는 없었다"며 이같이 말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형수 유귀옥 씨(왼쪽)가 25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연차·노환균·이인규…핵심 증인들 대거 불참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당초 증인으로 채택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환균 서울지검장 등 핵심 인물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는 불출석 증인에 대해 오후 8시까지 출석하라는 동행 명령권 발동을 여야 합의로 발동했지만, 실제 출석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면 출국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던 김태호 후보자의 형수 유귀옥 씨는 이날 오후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유 씨로부터 빌렸다는 9500만 원에 대한 차용증 원본과 통장 거래내역 등을 제출하지 않아 의구심을 부른 바 있다.

유 씨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질의한 야당 의원들에게 시종일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는 잠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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