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부담이라니요…?"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 주민들은 슬픔에 휩싸였다. 40년 넘게 동고동락한 벽안(碧眼)의 수녀들이 이날 새벽 '작별의 인사'도 없이 섬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리안네(71.Marianne Stoeger) 수녀와 마그레트(70.Margreth Pissarek) 수녀는 각각 59년 12월과 62년 2월부터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피며 보내 온 세월을 뒤로 하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
이들이 남긴 것은 서툰 맞춤법으로 출력돼 있는 편지 한 통이 전부였다.
이들은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제대로 일할 수가 없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섬을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또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을 이 편지를 통해 용서를 빈다"며 도리어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를 통해 소록도로 온 두 수녀는 고국에서 보내준 의약품과 지원금 등으로 한국인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센병 환우들의 어머니 노릇을 했다.
쓰러져 가는 초가를 현대식 주택으로 바꿔줬으며 환우들에 대한 장애교정수술을 주선하고 재활을 돕기 위한 물리치료기도 도입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72년), 국민훈장 모란장(96년) 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훈장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전라도 사투리 솜씨와 주민들이 만들어준 '할매'라는 애칭이었다.
이들은 편지에서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한다"며 소록도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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