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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불방사태는 '소나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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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불방사태는 '소나기'일 뿐

[김종배의 it] <PD수첩>과 <추적60분>

어제 원고를 하나 썼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경향신문'에 기고하는 '미디어칼럼'이었습니다.

원고의 제목은 'PD수첩과 추적60분'이었습니다. '스폰서 검사' 편과 '민간인 불법사찰' 편 등으로 비상하는 <PD수첩>과는 달리 비상이 걸린 <추적60분>에 대한 단상을 담은 원고였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 제보를 가장 먼저 받고도 시사제작국장의 반대로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추적60분>, 나아가 KBS 탐사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짚는 원고였습니다.

방금 전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를 게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고나니까 세상이 변해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재철 MBC사장이 어젯밤 방송 예정이던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국토해양부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는데도 사장이 임의로 불방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더 간단히 줄여 말하면 <PD수첩>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정말 답답한 현실입니다.

방송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추적60분>의 '조현오 막말 동영상'은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발언'입니다. 취재과정에서 제작자의 마인드에 따라 '팩트'가 굴절되고 메시지가 왜곡될 소지가 크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국장이 가로막았습니다. <PD수첩>의 '4대강 비밀'은 법원에 의해 "프로그램의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며 방송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공증'을 받은 것입니다. 방송의 기본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인정받은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사장이 가로막았습니다.

사람마다 시각이 있고, 시각에 따라 해석과 평가를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조현오 막말 동영상'이 아무리 확고한 '물증'이라고 해도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인정합니다. '4대강 비밀' 또한 법원이 '공증'했다고는 하나 완성된 프로그램을 모두 살핀 다음에 내린 결정이 아니니까 사후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이 또한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정해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그 같은 시각에 일말의 정당성이 깔려있다고 해도 우월하지는 않습니다. 국장의 시각과 사장의 평가가 나름의 합리성을 띠고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여러 시각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다수의 의견에 맡겨야 하고 제작 원칙에 따라야 하는 하나의 시각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자기의 시각을 앞세우면 '독선'이 됩니다. 여기에 직책과 권한을 내세우면 '지침'이 되고 '검열'이 됩니다.

답답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공정방송의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해야 할 공영방송에서 사실상의 '검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 ⓒMBC노동조합

그래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방송 제작 환경은 답답하지만 방송 제작자의 열정은 답답하지 않습니다.

<PD수첩>은 말할 게 없습니다. '광우병' 편 때문에 온갖 시달림을 당했으면서도 '스폰서 검사'와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굵직한 특종을 일궈냈습니다. 'PD수첩'은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습니다. '4대강 비밀' 편이 불방 처리된 후에도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추적60분>, 나아가 KBS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현오 막말 동영상'이 불방 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건 PD와 기자의 '고발' 때문이었습니다. 시사제작국장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거세게 항의하는, 살아있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결론은 사문(死文)이 돼 버린 어제의 원고와 같습니다. '주어진' 공정방송 환경은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것입니다. 공정방송 환경은 '쟁취하는' 것이고 '다지는' 것입니다.

상황은 급변했지만 맥락은 같습니다. 핵심 문제는 방송 제작자의 옹골차고 일관된 노력입니다. 이걸 믿기에 답답한 방송 현실이 언젠가는 걷힐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PD수첩' 불방사태는 땅을 굳게 하는 소나기에 불과하다고 확신합니다.

※ 독립 게재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참고글로 첨부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 어제 글을 함께 싣습니다.

'PD수첩'과 '추적60분'

'PD수첩'은 상종가를 친다. '광우병' 편을 트집 잡은 보수층의 '외침'에 굴하지 않고 굵직한 특종을 연거푸 쏟아낸다. '스폰서 검사' 편이 그렇고 '민간인 불법사찰' 편이 그렇다. 어제는 '4대강 수심 6m의 진실' 편을 내보냈다.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을 자아내는 방송이다.

'추적60분'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청문회 정국을 뒤흔드는 '조현오 막말' 동영상을 최초로 입수하고도 결국 방송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작진이 시사제작국장의 반대 때문에 방송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논의 범위를 특정 프로그램에서 '탐사저널리즘'으로 확장하면 사례는 더 나온다. KBS가 지난 5월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취재한 기사를 '9시 뉴스'에 내보내려다가 보도제작국장의 제지로 끝내 방송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MBC의 탐사저널리즘은 비상하는데 KBS의 탐사저널리즘엔 비상이 걸렸다.

다를 건 없다. MBC나 KBS나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과 인사를 놓고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른바 '요주의' 제작진을 교체한 것도 두 방송사에서 공히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도 결과물은 다르다. 왜일까?

인물 차이일까? KBS의 경우 보도제작국장과 시사제작국장이(직책은 두 개이지만 인물은 동일하다) 거친 '태클'을 거는 반면 MBC 시사교양국장은 상대적으로 '온순하기' 때문일까? 그렇게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MBC 시사교양국장이 선임자들이 기존 노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구성한 '공정방송노조' 조합원 출신이란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서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KBS 제작진의 '고백'이다. 탐사제작부의 한 기자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4대강사업과 같이 금기시되는 아이템이 KBS 내부에 있다며 "제작자들도 싸우기 싫어서 (자기) 검열들을 많이 한다"고 고백했다. 이 기자는 'PD수첩'이 방송한 '스폰서 검사' 제보가 KBS에 들어갔으면 보도됐을까 하는 '미디어스' 기자의 가정적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취재는 쉽게 할 수 있지만 결국 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문제지 않느냐.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고.

결국은 의지의 문제다. 의지가 검열을 뚫는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조직의 내공과 전통으로 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반증사례가 있다. 'PD수첩'의 경우다. 특검제까지 끌어낸 'PD수첩'의 '스폰서 검사' 편은 파업 와중에 제작됐다. 후배 PD들이 모두 파업에 참가한 상태에서 부장급 PD 혼자서 취재하고 연출하고 사회 보면서 방송한 것이다. 거듭 확인한다. 핵심 문제는 조직 전체의 전통·기풍·내공이다.

그렇다고 KBS를 향해 절망 어린 단정적 언사를 쏟아낼 필요는 없다. KBS도 싸운다. 박재완 수석 논문 이중게재 의혹 기사가 불방 된 직후 평기자들이 나서 보도제작국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조현오 막말 동영상이 불방 된 직후에는 PD와 기자들이 폭로와 규탄을 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아가 새노조는 파업의 최대 목표로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KBS 제작진은 이렇게 싸우는 중이다. 조직 전체의 전통·기풍·내공을 끌어올리기 위해 싸우면서 단련되는 중이다.

질적 전환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KBS 제작진은 더 많은 고초와 더 많은 싸움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하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만신창이가 된 KBS의 모습이 증명하지 않는가. '주어진' 공정방송 환경은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관건은 '쟁취하는' 것이고 '다지는' 것이라는 것을.

조직 전체의 전통과 기풍과 내공은 '쟁취'의 조건이 아니라 '쟁취'의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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