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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해명, 청와대 감싸기에도 "임명 철회"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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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기영 해명, 청와대 감싸기에도 "임명 철회" 한 목소리

野 "박기영 인선, 장관 해임건의도 고민"…친문 손혜원도 "문제 있다"

10여년 만에 '황우석 사태' 논란을 재촉발시킨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인선에 대해, 정치권에서 여야 없이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 내 '친문(親문재인)' 그룹에 속하는 일부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 인선에 대해서는 원내 야4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모두 강력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번 크게 실패하고 반성이나 성찰도 없었던 사람을 십수 년 지나서 다시 굳이 쓰겠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부적격이라고 보는 박 본부장이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놓아두고 볼 순 도저히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인사 추천권자들의 책임을 묻는 방법, 예를 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박 본부장을 추천했다면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방법이라든지 다각도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차관급으로 해달라고 마지막에 여당 측으로부터 요구가 들어왔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닌가, 처음부터 누구를 찍어 놓고 차관급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박기영 씨를 굳이 써야 되는 이유는 대통령과의 친분밖에 없다. 과학기술계 단체 여러 곳과 시민단체가 모두 반대하고 있고, 청와대조차도 어제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했는데 죄송하면 빨리 고쳐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디서 이런 자신과 오만이 나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박 본부장이 스스로 물러나든지 아니면 인사권자가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과학기술계에서 이렇게 반대하는 데 일을 맡은들 어떻게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날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도 "자살골 넣은 선수를 재기용하면서 앞으로 득점할 테니 뛰게 하자는 꼴"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일하고 싶은 충정은 다른 곳에서 발휘하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 본부장으로 인해 과학과 진리가 정면 거부되고 모독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과학자들을 문 대통령은 모욕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를 '내 사람이 먼저다'로 바꾸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박 본부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본부장 임명 철회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의 퇴진 요구가 봇물처럼 커지고 있고, 과학기술계 반발이 거센 상태에서 그가 본부장 자리에 있는 것은 혁신은커녕 갈등과 불협화음 속에 (과학기술이) 퇴보할 것이 불보늣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그럼에도 청와대는 '박기영 씨에게는 공(功)과 과(過)가 있다'는 등 구구절절 변멍하기 급급했다"며 "그런 식의 논리라면 세상에 공과 과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국정 농단' 최순실에게도 승마 사업 육성이라는 '공'과 과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관영 비대위원도 "박 본부장 임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단순히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박 본부장은) 범죄 가담자"라고 가세했다. 김 비대위원은 "박 본부장은 11년 전 황우석 사건 후 이미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공직, 교수직에서 물러났어야 할 사람"이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박 본부장이 도저히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의 반대를 넘어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여당 내에서조차도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박 본부장 사례는 물론, 탁현민 행정관을 포함해 문제가 있고 논란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청와대가 반드시 교정하는 기회를 갖기 촉구한다"고 했다.

김정화 비대위원 역시 "대한민국 역사와 과학사에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라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당사자가 저렇게 뻔뻔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도대체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는 하는데 공직은 계속 맡겠다는 게 무슨 심보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이란 말을 하면서 정작 박 본부장이 '적폐'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적폐를 요직에 앉혀 놓고 도대체 뭘 청산한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이 이날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통해 "박 본부장은 뻔뻔하게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 분노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덕망과 능력이 있는 본부장을 임명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민 의원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탁현민 행정관 때처럼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며 "말도 안 되는 인사로 과학기술계 의견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가) '과거 공도 알아 달라'며 박기영 구하기에 나섰는데, 박 본부장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줄기세포 조작으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의 장본인이고, 정부 예산을 몰아주고 연구팀에 대통령 훈장을 준 인물이다. 연구윤리 논란에 '황 교수 연구에 문제가 없다'고 두둔하고, 의혹과 경고에도 허점을 검증하지 않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판단을 흐렸다"며 "대체 청와대가 말하는 '공'은 무엇인가. 대통령 눈과 귀를 막은게 공인가"라고 꼬집었다.

원내 유일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전날 박 본부장의 사퇴 거부 기자회견 이후 대변인 논평을 내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당사자가 버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문 대통령의 결단뿐"이라고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도 심상치 않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손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래 함께 일하셨으니 익숙하고 또 든든하셨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은 "우리가 뽑은 문 대통령은 신중한 분이고 국민울 향해 늘 귀를 열고 계시는 분"이라며 "여론을 충분히 들으시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실 거라 믿는다"고 간접적으로 청와대를 압박했다.

손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과거 박 본부장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 링크하며 "애써 찾아 읽은 2006년 10월 인터뷰다. '저는 황 교수님 덕분에 국민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특히 기막힌다"고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론몰이 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댓글을 달자 "이미 조용한 상태가 아니고 여론 또한 막바지에 몰려 있다. 우리 편이라고 다 좋다고 가만히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이쯤 됐으면 본인이 알아서 사퇴해야지요. 오늘 기자회견 보셨다면 더 이상 참을 일 아니지 않느냐"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전날 여당 수석대변인인 박완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는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물러나겠다는 기자회견은 봤지만, 일하겠다는 기자회견이 적절한지는 의아하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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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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