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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이 10가지 정도는 해야 '친서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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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이 10가지 정도는 해야 '친서민'이지!"

[의제27 '시선'] 서민정책, 진정성 없으면 감동 없다

1. 대기업에 일자리 만들라고? '고용세액공제' 도입하자

지난 주 MBC <100분 토론>을 보다가 매우 놀랐다. 필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필자의 주장을 그대로 피력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연말부터 대대적인 고용세액공제제도 및 고용장려금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 첫 단계가 현존하는 투자세액공제제도를 고용세액공제제도로 대체하는 것이었는데, 김 의원이 정확하게 필자와 같은 방식으로 이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던 것이다. 필자는 고용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제도를 통해 대기업 고용을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것은 필자가 아는 한 지금까지 보수나 진보진영에서 거의 논의된 바 없는 그야말로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필자가 최근 천착하고 있는 세계화와 기술진보에 따른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4년간 여러 대책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정책을 찾을 수 없었던 차에 지난해부터 미국 진보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용세액공제제도에 착안하게 되었고,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1차적으로 투자세액공제제도의 전환을 제안하게 되었다. 필자가 열심히 설명한 곳은 민주당이었는데, 엉뚱하게도 한나라당 의원이 이 제도의 도입에 공감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환영한다. 집권 여당의 의원이 공감했다는 점에서 도입이 빨라지리라고 기대해 본다. 그런데 필자가 주장한 정책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김 의원이 어떻게 이 제도를 알게 되었는지는 궁금하다. 왜냐하면 필자가 아는 한 필자 이전에 이런 주장을 한 학자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고와 고민 끝에 이 제도에 공감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제도의 진정한 의미는 수출과 자본에 의존한 경제성장의 종식을 고하고, 혁신과 고숙련 노동자에 의한 새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 있다. 현재 몇몇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곧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2. 부동산 거품 빼기-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최근 갑자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국가적 관심사가 되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2004년 경실련 부동산 드림팀에서 처음 주장을 한 이후 6년 만에 경제학계에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제도에 대해서는 경실련 부동산 드림팀에 저작권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제도의 도입에 기여한 것에 대해 필자는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경제학 공부가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자기 위안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부디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그 비율도 40% 이내로 줄여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거품을 영원히 종식시키기를 희망한다. 동시에 필자가 원래 주장한 대로 이 규제의 기준을 통과하는 서민 가계에는 강력한 지원을 통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경제도 안정시키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서민들을 위해 장기 모기지론을 처음 도입했던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깊은 연민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제도가 왜 서민을 위한 제도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 모든 것이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의 이론적 배경에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제도를 흔들어대는 건설족에 맞장구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성하기 바란다.
▲ 이명박 대통령이 6.2 지방선거 패배 후 서민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연합

3. 햇살론 대신 개인 파산법 활성화

신용카드 사태가 터졌을 때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당시 참여연대에서 이 문제를 담당했던 김남근 변호사와 서로 패를 확인하던 때가 새삼 기억난다. 변호사인 그와 경제학자인 필자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답을 내놓았던 것에 놀랐었다. 그것은 사문화되어 있던 개인 파산법의 활성화였다. 김 변호사와는 그 이후 민생 관련 모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김 변호사야 말로 민생문제 전문가다. 서민들이 어려운 곳에는 그가 있다. 치열하게 핵심적 원인을 진단하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민생대책은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내는 민생대책에 감동이 있을 수 없다.

지금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개인 파산법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녹녹치 않았다. 금융기관에 포획되어 격렬히 반대하던 관료와 감독기관 종사자들의 반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진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여러 학자와 법률가, 정치인들의 힘이 컸다. 마지막까지 파산을 어렵게 하려고 애쓰던 경제부처 관료의 모습에서 한국 관료의 현 주소를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약탈적 대출이란 용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용어를 소개했다기 보다는 용어의 진정한 의미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주어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이 용어를 한국의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필자에게 이 용어를 처음 들은 기자가 다른 경제학자에게 확인했다가 어이없어 한다고 필자에게 되물었던 기억이 새롭다. 또한 개인 파산법이 사회적 보험(Social Insurance)의 하나로 약탈적 대출을 방지하며 동시에 경제의 모험심을 고취하는 훌륭한 제도임을 이해시키기는 힘들었다.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개인 파산법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경제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촉진하는 훌륭한 제도임에도 국내에서는 이해도가 매우 부족하다.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이라는 엉터리 정책을 서민대책이라고 우겨대는 경제전문가나 정부의 수준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포스코나 현대차와 같은 제조업체에게 미소금융 하라고 윽박지르는 정부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랴.

4. 재벌문제? 계열사 배당금 과세부터 하자

한국에서 재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서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필자는 재벌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역사적 사례를 뒤지고 다녔고, 결국 그 답을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역사상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대기업집단을 해체한 사례였다. 그리고 그 핵심정책은 계열사 배당금에 대한 과세였다. 필자는 이 제도에 대한 국내 논의를 찾을 수 없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주창하는 기업집단법, 집단소송제 등과 함께 시행된다면 재벌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기대해 볼 만한 정책이다.

필자가 이 대책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기는 불가능하다. 놀랍게도 강만수 전 장관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재벌대책으로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민주정부 10년간의 재벌대책을 폄하했다. 그런데 그가 실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 정책을 추진하려고 입 한번 벙긋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오직 재벌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만을 고려하는 듯 했다. 영혼이 없는 한국의 경제관료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 이 정책이 실현되어 한국경제의 기틀이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5. 고속도로, 돈 받지 말자


필자는 오래 전부터 고속도로 무료화를 주장해 왔다. '고속도로를 열어라'라는 구호까지 사용해 가며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데, 그 중요성을 이해하는 동지를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일본 민주당이 집권할 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공약이었는데도,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경제이론에 근거한 주장인데 동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건설족이 세기는 센 모양이다. 토건중심의 하드웨어 경제에서 지식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제로 변화하는 시금석이 될 정책이다. 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6. 해외 인덱스 펀드 활성화

서민 대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경제위기가 오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서민들의 재산을 잘 지키고 경제위기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다. 한국경제에는 빈 구석이 많다. 어려운 경제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문제를 쳐다보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현재 정책의 골간은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동지를 구할지 고민하며 숙성 중인 정책이다. 지난 연말부터 고용세액공제제도와 함께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설명하는 정책이다. 언론에서 많이 다뤄줘야 할 정책이다.

7. 서민정책 위한 돈은? 누진 부가가치세 등 도입해야

재정, 조세정책은 필자가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결국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완결하기 위해서는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재정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을 서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현재 필자가 집중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정책이다. 소득세, 법인세와 누진 부가가치세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핵심적 과제가 된다.


서민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항을 최소로 줄이면서 막대한 일자리 창출 및 복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부자와 대기업을 설득하여 사회통합 하에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그를 위해 적절한 조세정책이 필수적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많이 거론되는 금융거래세도 한국에서는 적절한 정책이다.

특히 이 제도가 중요한 것은 거래의 투명성을 대폭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영세 상인들을 돕기 위해서는 투명한 상거래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소득을 감추는 노동자와 상인을 지원하는 방식의 지원제도는 지속하기 어렵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대대적인 서민 지원제도가 가능해 진다.

8. 은행·보험사 좋은 일만 시키지 말자 - 금융상품 이동제

한국에는 서민을 돕겠다고 이런 저런 금융상품에 대해 세제지원을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이러한 제도를 통해 국가의 재정이 그대로 금융기관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국가가 지원하는 장기 금융상품은 족쇄가 되어 처음 가입하는 금융기관이 독점력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가 지원하는 금융상품은 반드시 표준화하고 중간에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여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 이 제도 하나만으로도 서민들에게는 이자율 1-2% 정도를 추가 지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보험이다. 보험상품은 매우 유익한 상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서민들을 약탈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뻔히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할 상품임을 알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얄팍한 상술로 인해 막대한 해지 수수료를 보험회사에 안겨주고 있다. 해지 수수료가 낮은 표준화된 보험상품을 개발하여 경쟁을 촉진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한국의 관료나 금융감독기구에서는 아무도 이런데 신경 쓰지 않는다.

관치라는 것이 금융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관료와 금융기관간의 공생관계의 다른 이름임을 깨달아야 한다.

9. 한국소비자 차별시정제도

미국에서 국산 텔레비전을 사서 보다가 보름내에 마음에 안들면 환불이 가능하다. 반면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 사서 개봉한 이후에는 환불은 커녕 다른 제품으로 교환도 불가능하다. 가격은 미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싼 경우가 많다. 사정은 다른 상품도 유사하다. 국산자동차를 미국에서 사서 운송비를 다 부담해도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싼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분리된 시장에서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 차별을 하는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 측에서는 마치 자연스런 현상인 것처럼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경제학 원리도 있다. 즉, 소비자들이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고, 이것이 오히려 기업의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묘한 시장 상황의 차이에 의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더 중요한 원인이 한국에서 소비자운동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연히 정치인이나 관료는 소비자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 한국 소비자가 차별당하는 실상이 정확히 알려지게 되면, 국내 소비자가 국산 제품에 충직한 추종자가 될 가능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들 기업에게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소비자가 차별당하는 이 현실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방법은 많다. 이 정책 역시 개발독재시대의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계화시대 소비자 중심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있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10. 사교육비 걱정? 'EBS 수능방송' 아니라 '기회균등선발제'가 답이다

필자에게 서민 대책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고용세액공제 및 고용장려금제를 제시할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대책으로는 기회균등선발제를 꼽을 것이다. 원래 기회균등선발제를 주장하는 칼럼을 쓸 생각이었는데, 필자가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제안했음을 밝히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앞서 다양한 정책을 간략히 설명했다.

기회균등선발제는 현재 서민에게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이른바 공정한 경쟁이라는 의미에서, 또 나이가 들수록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정책이다. 물론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도 뛰어나다. 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면 대부분 주 관심사항 1위는 일자리, 2위는 교육 문제이다. 당연히 교육대책이 중요한 서민대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내정으로 보수적 교육 정책은 마지막 실험대에 올랐다. 필자는 이 실험은 기껏해야 현상유지에 불과할 것으로 이미 오래전에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이 실험을 겪어야만 한다. 결국 보수적 교육 정책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 정책을 찾는 최적의 해결책이 된다.

오래전 토론회장에서 이 내정자는 필자가 주장한 핀란드식 중등 교육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핀란드식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대학을 경쟁시키지 않으면서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에게만 경쟁을, 그것도 외우기 경쟁만을 강조하는 이른바 보수진영의 '자율과 책무의 교육' 정책은 크게 잘못되었다.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교육정책을 펴고자 해도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출신 대학의 서열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한국 교육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별, 소득별을 위주로 한 기회균등선발제는 매우 타당한 정책이다. 물론 대학 이후의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꽤 많다.

그러니까 필자의 교육정책은 고등학교 이전의 교육은 핀란드식 교육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기회균등선발제를 전면 도입하여 대학 이후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회균등선발제를 통해 각 시도의 교육감들은 마음껏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 과연 어떤 시도의 어떤 교육방식이 대학 및 대학 이후의 과정에서 수월성을 발휘하게 하는지 실험하고 최선을 찾아나가는 탐색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꿈꿔보자. 제주도에서 산수 잘하는 아이와 강원도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함께 대학을 다닌다. 누가 더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는 가에 따라 제주도에서 미술 시간을 늘리기도, 강원도에서 산수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기회균등선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들이 자유롭게 교육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말든, 죽으나 사나 60년간 똑 같은 과목을 똑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이제 끝내야 한다.

기회균등선발제는 매우 보수적인 정책이다. 기회의 균등 자체가 보수 이념의 핵심이다. 이 제도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대학들이 실행하고 있다. 이는 마치 총부채상환비율규제가 미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되었던 것을 한국에서 규제로 정립한 것처럼,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오랜 역사적 실험을 통해 정립한 기회균등선발제를 한국에서 제도적 장치로 마련하는 것과 같다. 미국에는 기회균등선발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면 황당하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과 정확하게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의 보수진영이 이러한 선발방식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적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보수적인 정책인 탓인지 필자가 지난 몇 년간 간헐적으로 운을 띄었음에도 진보진영에서 기회균등선발제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진보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학평준화 방식과 비교해 본다면, 필자의 기준으로는 그 실현가능성과 효과 면에서 우월하다. 동의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따져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에서 그런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회균등선발제야말로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도약하는데 필수적인 정책이다.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원시적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료들에게 개인파산제를 이해시키기 어려웠던 것처럼, 단일 시험에 의한 선발방식이 가장 공공정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기회균등선발제를 이해시키기는 어렵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대학입시가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영원히 안 될 것 같았던 개인파산법이 어느 순간 만들어진 것처럼, 기회균등선발제도 곧 도입될 수도 있다는 한 가닥 기대도 가져본다.

진정성이 없으면 감동도 없다

필자가 제시한 서민정책들이 가장 중요한 정책은 아니다. 중요한 복지정책들이 빠졌다. 중요한 것은 필자의 정책을 관통하는 정신과 이론에 있다. 서민들의 처지에서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원인과 대책을 경제이론에 의해 규명한 후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최선의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 하에서 나온 것이다. 근원적 문제를 치유하려는 노력만이 세계화와 기술진보에 따르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로비를 극복하고, 그들을 설득시켜 다함께 번영하는 대책을 찾는 성의가 없다면 진정한 서민대책은 기대할 수 없다.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정책으로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런 서민 정책은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용에 불과하다.

오래 전 열린우리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 하고 나서 만들었던 서민경제 관련 특별위원회에 초청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스스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서민경제 전문가라고 자위하던 차에, 제대로 좀 도와보겠다고 들뜬 마음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서민보다는 이런저런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 더 치중하는 것을 보고 황당해 했었다. 필자의 서민정책에 대해서는 꺼낼 기회조차 찾을 수 없었다.

또 때가 되었나보다. 친기업 정부를 호기롭게 천명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친서민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도 서민정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한국에는 청년실업대책특별법이라는 법까지 있다. 그렇다고 청년실업이 줄어들었나? 법이나 위원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진정성이 없는데 어떻게 감동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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