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 내에서는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시기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힌 김경진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전 대표는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며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책임정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非)안철수계뿐 아니라, 소위 '친안'으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12명의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지금 출마는 정당정치에 있어 책임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와 증거 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선 패배, 증거 조작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에게 당의 일신(一新)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안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 불과 보름 전이었다. 그 보름 동안 달라진 것은 증거 조작 사건에 대선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지만, 그것으로 대선 패배의 책임이 덮어지고 정치에 복귀하는 명분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패배의 원인과 혁신의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당에는 대선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는 두 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성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숱한 정치인들의 전철을 안 전 대표가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재고를 충정으로 조언한다"고 했다.
황주홍 의원은 성명서와 별도로 이날 광주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안 전 대표가 여러 분들 만나면서 의견수렴하는 것은 출마를 하기 위한 행보로 보이는데, 저는 이거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며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다. 그래서 지금 지도부가 없기 때문에 새 지도부를 뽑는 이 전당대회에 대선 패배의 최고 장본인이 출마하는 것, 저는 어이없는 소극이라고 본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당 소속 초·재선 의원 8명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그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회동 참석자들은 대개 안 전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들로,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와 손금주 당 수석대변인, 송기석·이용주·김삼화·신용현·오세정·채이배 의원 등이었다.
또 안 전 대표가 지난 1일부터 연쇄 회동을 가진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정동영·천정배 의원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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