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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 'MB 불통'이라고? 민심 읽은 'MB 역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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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8.8 개각, 'MB 불통'이라고? 민심 읽은 'MB 역습'이다"

[분석] 이식된 '40대 기수' 김태호, 의미와 한계

세대교체.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권 화두다.

야권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당선되면서 '신(新) 40대 기수론'의 깃발을 올렸다.

여권은 지난 7월14일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파란을 불러왔다. 54세인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실장에 임명된 데 이어 임 실장보다 여섯 살이나 젊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지난 8일 단행된 개각에서 40대 국무총리로 발탁됨에 따라 '세대교체론'에 정점을 찍었다.

이식된 '40대 기수' 김태호, 세대교체 상징될 수 있나

▲ 김태호 총리 내정자 ⓒ청와대
여권의 '세대교체'가 야권과 가장 큰 차이는 자력으로 달성된 게 아니라 최고 권력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김종필 전 총리에 이어 거의 40년 만에 탄생한 '40대 총리'인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자력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청와대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론'이 불붙었고, 이런 전제 속에 김태호 내정자가 유력 총리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김태호 내정자는 2번의 민선지사를 지냈지만 중앙정치에서는 사실상 '신인'이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故) 김동영 전 의원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한다. 김무성 원내대표, 김학송 의원 등 상도동계 의원들과 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형님만 1000명'에 이를 정도로 밑바닥을 훑는 '저인망식' 정치에 능해 42세의 나이에 도지사에 당선됐다고 하지만,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라고 일컫는 국무총리를 맡기엔 역부족인 게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달 8일 있었던 청와대 개편에서 대통령실장에 전임보다 16세 어린 임태희 실장이 전격 발탁되면서 '40대 총리'는 물 건너 간 듯 했다. 국정운영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실장과 총리 모두 40-50대의 젊은 인사를 앉히는 건 무리가 아니겠냐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세간의 인식을 깨고 김태호 전 지사를 총리로 발탁했다. '인턴총리'라는 야당의 비난이 쏟아졌다.

MB와 닮은 꼴 김태호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

김 내정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의 성장과정이 'MB 판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소 장수', 즉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농업교육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는 등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 경남 도의원, 거창군수, 도지사를 거쳐 40대에 총리로 발탁되는 과정은 현대건설의 말단 직원에서부터 시작해 회장까지 거머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 신화'와 닮았다.

김 내정자가 취임 일성으로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를 외친 것도 이런 성장 배경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돈도 권력도 배경도 없는 내가 오로지 용기와 도전으로 바닥부터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했다"며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며 '하면 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20~30대에게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통령과 닮은 점은 성장배경에만 있지 않다. 정치적 노선이나 지향도 맞닿아 있다. 김 내정자가 경남지사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은 부산과 경남, 전남을 잇는 남해안권을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육성하자는 '남해안 시대' 프로젝트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김 내정자는 또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적극 찬성해왔다. 후임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인 것과 대비된다. 더욱이 현재 낙동강 지역의 함안보에서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점거 농성 중이다.

또 노조에 대한 인식도 이명박 대통령과 똑 닮았다는 점에서 경제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김 내정자는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 받은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정'을 받았으나 또다시 징계를 추진하는 등 공무원노조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노조 활동을 탄압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민심 수용한 MB의 반격…내용적 고민은 없어

김태호 총리를 발탁한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야당에선 이번 개각에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과학교육기술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이 대통령 측근이 대거 내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친위 부대의 전진 배치'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최악의 개각"이라는 공세에 나섰다.

이번 개각에서 핵심 측근인 이재오 내정자를 그것도 재보선에서 당선된 지 11일 만에 입각시켰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 특유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김태호 내각'이 아니라 '이재오 내각'이라는 야권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김태호 발탁이 단순히 '바지 총리'로 치부하고 말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임태희-김태호로 이어지는 인사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다시 부상한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를 겹쳐보면 저변에 깔린 이 대통령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20-30대로부터 외면 받는 보수가 아닌, '다른 보수'를 임기 후반기와 자신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20-30대의 젊은 층으로부터 배척 받으면 큰 선거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6.2 지방선거에서 경험했다. 이 대통령은 중도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용주의자다. 그래서 대중추수적인 측면도 강하다. 이 대통령이 '보수의 변화'를 꾀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보수'의 등장은 이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여의도 정치에서 거리를 둔 이 대통령의 탄생을 놓고 진보가 오히려 시대적 변화에 둔감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집권한 이 대통령은 이전의 보수정권에 비해 유연하다거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특유의 독선적 국정운영 방식 때문에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신보수'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레 쏙 들어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보수의 위기'를 앞당겼고, 지방선거에서 실제 '위기감'을 맛 본 보수세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에 대응하고 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젊은 세대와 소통 부재, 야권의 유력한 차차기 내지 차기 대권주자들의 출현 등에 따른 여권의 강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김태호 총리 내정에 대해 평가했다.

안 교수는 "이런 위기감은 또 한편으로는 홍준표 최고위원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이 한나라당에서 수용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며 "이런 정치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여권이 야권보다 훨씬 빠르고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실제 신보수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의식으로까지 나가는 징조는 안 보인다"며 "오히려 여권에서 이론적 문제의식은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주목할만한 흐름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복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넓히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안 교수는 "이번 개각을 측근의 전면배치 차원으로 협소하게만 볼 수는 없지만 신보수라는 개념어를 붙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면서 "김성식, 홍정욱, 원희룡 등 한나라당 내 '합리적 보수'의 흐름과 이주호, 이재오, 박재완 등 이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문제의식은 또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 내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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