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해 당선되자마자 사실상 '정권 2인자'임을 공식화하는 자리로 옮겨가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이재오 내정자는 8일 "현 정부에서 영광스러운 자리 같으면 마다할 수 있지만 고난이 예고된 자리는 피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하자면 따라가야지 어렵고 험난한 자리여서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현재 정치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뉴시스 |
이런 이 내정자에게 맡겨진 '특임'은 뭘까? 우선 이명박 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까지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이다. 이 내정자는 일찍이 '운하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 사업에 대한 신념이 가득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최장수 장관'이라 할 수 있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이번 개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마사지'해 보도자료를 내는 등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두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상당히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재오 특임까지 가세해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주목받는 특임이 '개헌'이다. 이 내정자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하자는 의견이 많잖은가. 국민들도 원하고"라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개헌을 추진한다면 87년 이후 20여년 만의 일로 많은 정치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큰 이슈라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권력구조를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좌절됐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의석수에 자유선진당 등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개헌선인 3분의 2 이상의 의석수 확보가 가능하다. 문제는 친박계의 반발. 현재 친이계는 대통령은 외치를 전담하고 총리가 내치를 맡는 '2원집정부제' 개헌을 원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쥐더라도 권력을 분산시켜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풀인된다. 따라서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박 전 대표 본인이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론몰이를 통해 박 전 대표를 계속 압박할 경우,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기도 쉽지는 않다. 최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박 전 대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소진되고 있다"는 등 압박에 나선 것도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인 셈이다.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서 직접 찬반 토론까지 나서면서 여전한 '결기'를 보여줬던 박 전 대표가 개헌에 있어서까지 '고집'을 보여주는 게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역풍'도 예상되는 변수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을 내세워 한번 '승부수'를 걸어볼 수도 있는 문제다.
'2원집정부제' 개헌이 가능해지면 향후 대권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번 개각에서 40대 총리인 김태호 내정자를 내세운 것도 새로운 대권주자에 합류시키기 위해서다. 이재오 특임장관? 그 역시 자신에게 맡겨진 특임 완수에 성공한다면 '용꿈'을 꿀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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