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으로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이 출범하게 됐다. 뭐니뭐니 해도 만 48세의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발탁이 눈에 띄지만 이재오 의원의 입각을 포함해 짚어볼 만한 요소가 상당하다.
현 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발탁된 김 후보자는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지만 극복해야 할 안팎의 걸림돌이 적지 않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게 얼만큼 힘을 실어줄지가 미지수다. 전임자인 정운찬 총리의 경우 이 대통령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신임을 강조했지만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 총리가 총리실 인사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실제로 힘이 실렸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 총리가 힘겹게 일한 가장 큰 요인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40대에 민선 도지사를 두 번 지낸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경남에서만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자의 중앙 정치 경력과 인맥은 두터운 편이 못된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출신이긴 하지만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 총리보다 상황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신보다 17세 연상인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발탁도 김 후보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임장관은 직제상은 총리직속이지만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에도 '장관 이상'의 파워를 과시했던 이 의원은 당정청을 오가는 통합조정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등 정책 현안은 물론이고 당청소통, 개헌 및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남북관계 등 광범위한 사안에서 이 의원의 역할이 커진다면 그와 비례해 김 후보자의 입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 의원은 7.28 재보선 이후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와 이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이재오계'로 불리는 인물이다.
당정청을 포괄하는 영향력, 대통령의 신임, 정치 이력, 연령에서 모두 이 의원이 김 후보자를 압도하는 셈이다.
친박 대표격인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 내정자, 이 대통령 직계라 부를 수 있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 신재민 문화부 장관 내정자 등 이번 개각에서 발탁된 정치권 출신 인사들과 유임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 모두 김 후보자 입장에서 보면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다.
또한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은 의혹이 있지 않느냐, 그래서 도지사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김태호 비토론'을 펼친 바 있다. 친박계에서도 "차기 후보군을 확대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세모눈을 뜨고 있다.
'39년 만의 40대 총리'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김 후보가 마주한 상황은 전혀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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