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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적폐 청산은 무엇으로 하는가

[다산 칼럼] 문재인 '5대 원칙' 위반 사례, 후보자 1인당 4.59건

지난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만이 참석한, 문재인 내각의 첫 국무회의가 열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셈이 됐다. 문재인 내각을 놓고 교수 내각이니, 현역의원이 5명이나 발탁됐다느니, 여성장관 30%라는 공약이 실현되었다는 등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아픈 것은 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위반사례 때문에 문재인 정부 내각 자체가 '내로 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각'이라는 조롱과 수모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역대 정부 가운데서 가장 깐깐한 인사 검증을 했던 민정수석이었다면서, 공직 배제의 기준으로 이른바 '5대 원칙'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대상 22명을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그 가운데 15명(68.2%)이 5대 원칙 중 하나 이상을 위반했고, 특히 이낙연 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은 5대 원칙 중 4개를 위반했다고 한다. 5대 원칙 중 가장 많은 위반사례는 세금탈루로 11건, 부동산투기 10건, 논문표절 9건 등이며, 5대 원칙 이외의 의혹까지 확대하면 후보자 1인당 4.59건이었다고 하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노릇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셈"이라며 "지금부터는 성과와 실적으로 평가받는 그런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국무회의 시작 전 티타임 모습. ⓒ청와대

총체적인 부정부패와 도덕적 불감증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능한 인사를 삼고초려했는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물을 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는, 지난날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해 배운 학습 효과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통합을 향한 탕평인사로 '베스트 코리아' 내각을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또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서 청문회 대상자들이 5대 원칙 위반 사실이 밝혀졌을 때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물러난 후보자가 단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체통이 이렇게 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5대 원칙 위반사례가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임명을 감행하면서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대통령의 진정성에 깊은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유감 표명이나 어물쩍 호도로 그냥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1990년대에 뒤늦게나마 이 땅에서 평화적인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산업화를 주도해 온 사람들을 실용주의 세력이라 부르고 민주화 투쟁에 젊음을 바친 사람들을 일컬어 도덕주의 세력이라 불렀던 적이 있었다. 정자정야(政者正也)라, 민주화 세력만은 그래도 부정부패에 쉽게 물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민주화 세력도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부정부패라는 탁류에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없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7년, 청문회 과정을 통해 모두 31명이 낙마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부동산 투기가 14명, 위장 전입이 8명, 세금 탈루 등 재산 부정축재가 8명, 논문 표절이 5명, 병역 회피가 4명, 경력 논란이 3명, 거짓 해명이 3명이었고, 직업별로는 교수 출신이 19명, 법조인 8명, 관료 8명, 언론인 3명 등 이었다. 여와 야, 사회 전반에 걸친 부정부패의 만연과 그것을 당연시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익숙하게 젖어있다. 나라다운 나라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범국민적인 인문정신운동이 절실하다.

언젠가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이 그 특유의 달필로 쓴 '염생위(廉生威)' 휘호의 족자를 본 적이 있다. 다산 선생이 목민관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덕목을 청렴이라고 말한 것처럼, 해공도 "청렴이 위엄을 낳는다"고 청렴을 강조했다. 누가 나더러 "개혁과 적폐 청산은 무엇으로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청렴, 그 높은 도덕성으로만 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적폐가 적폐를 개혁할 수 없으며,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더욱 없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개혁을 말하고, 적폐 청산을 말하려거든 먼저 국민의 눈에 깨끗하고 반듯한 인사들로 채워진 도덕적인 정부로 비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 개혁과 적폐 청산은 사상누각으로 끝나거나 거짓과 위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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