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8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정하기 위해서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목표는 한결같이 '2012년 정권교체'다. 하지만 방법은 제각각이다.
여러 명이 공동의 책임을 지는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비주류도, 현재처럼 한 명의 당 대표가 결정권을 더 많이 갖는 단일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주류도 같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전까지 더 목소리가 컸던 비주류에 맞서 5일에는 정세균 전 대표와 연합하고 있는 '486 그룹'의 최재성 의원이 비주류의 주장은 "완벽한 구(舊) 정치로의 회귀"라고 비난했다.
"집단지도체제는 구정치의 회귀" vs. "대선 승리 위해 다양한 주자가 당 끌어야"
정세균 전 대표와 지도부의 총사퇴 이후 민주당은 본격적인 전당대회 룰 게임에 들어갔다. 첫 번째 쟁점은 지도체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냐, 한꺼번에 선출해 1위 득표자가 대표를 맡도록 하는 집단지도체제냐다. 앞의 방식은 현재 민주당이, 뒤의 방식은 현재 한나라당이 쓰고 있다. 주류는 현재의 방식을, 비주류는 '한나라당식'을 주장한다.
최재성 의원은 이날 "집단지도체제는 구정치의 회귀이며 기득권의 완벽한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또 다른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여럿이 함께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집단지도체제는 소위 계파 간 갈등 외에 세대 갈등까지 전면화시킬 수 있다"며 "결국 정권교체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절망 지도체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주류의 대표적인 모임은 민주희망쇄신연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당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주자들이 앞에서 당을 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할 경우 유력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감이 2012년까지 중앙 정치에서 소외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해준다는 논리다. 이른바 '전력 상실'을 막을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른바 조직세가 약한 후보들은 비주류라 할지라도 현행 제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단지도체제가 될 경우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의 '빅3'는 당 대표와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총 6석의 지도부 자리에 무난히 안착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다른 후보들의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당원 투표제, 전국민 투표제 해야" vs. "조직선거, 동원선거 되살아날 것"
선출권을 대의원에서 전체 평당원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전당원 투표제'도 논란꺼리다. 주류는 반대, 비주류는 찬성이다. 지도체제 논란에 비해 그 선이 보다 명확하다. 대의원 투표로는 현재 기득권을 가진 정세균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의 경우에는 '전당원 투표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국민 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일반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에 반영하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반면 최재성 의원은 이 역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최 의원은 "과거 조직선거, 동원선거의 부활이 불 보듯 뻔하다"며 "대선에서 국민참여 경선제도를 시행하는 것과 당 지도부 선출에서 입당만 하면 무조건 투표권을 주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손학규계 '전준위' 구성 문제제기 여전…'추석 전대' 효과 문제제기까지
본격적인 룰 전쟁 외에도 여러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가 1차 명단을 짰고, 지도부 총사퇴 이후 박지원 비대위 대표가 한 차례 다시 조정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이날도 계속됐다. 한 명의 측근도 포함되지 못한 손학규계가 주축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측근인 전혜숙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금의 전준위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전혜숙 의원은 "아직 핵심 도전자들의 출마가 가시화되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의견 반영마저 차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기존의 기득권자가 기득권을 가진 중에 치러지면 국민들의 실망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총사퇴했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미경 사무총장의 거취도 '외곽 전쟁' 가운데 하나다. 쇄신연대는 "총사퇴에는 임명직 당직자도 포함된다"며 이미경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우상호 대변인과 노영민 대변인도 사직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에 대한 공격은 그가 전준위 총괄본부장이면서 동시에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전당대회를 끌고 갈 것이라는 의구심의 표현이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이런 요구에 대해 "당의 안정성을 위해 사무총장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사무총장은 5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고위원 외에 다른 위원장들, 사무총장들까지 새롭게 인선을 할 경우 오히려 당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어서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짜 논란도 있다. 추석 직전인 18일은 사실상 대부분의 직장이 연휴에 들어가는 날이라는 것이다. 올해 추석의 법정 공휴일은 화요일인 21일부터지만 월요일이 징검다리 연휴여서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토요일인 18일부터 휴무에 들어간다.
장성민 전 의원은 '추석 전대 3불가론'을 주장하며 "추석에 전대를 치르게 되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관권을 동원했던 조직선거, 금권선거가 횡행할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당원, 대의원의 전대 참여율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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