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힘든 식수관리, 청와대 출입관리시스템 등 '행정정보데이터세트' 자료 500여 만 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이관 기록 총수 1100만 건의 40%가 넘는 수치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기록 부풀리기’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 내용은 더 심각하다. 지난 7월 27일에 대통령기록관이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행정정보데이터 세트 중 식수관리 88만 건, 출입관리시스템 99만 건 등 대통령기록으로 볼 수 없는 기록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식수관리란 직원 식당에서 사용 중인 식권의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만든 전자결제 방식의 식당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청와대 직원 한명이 식사를 하면 한건의 행정정보데이터세트로 등록되는 것이다. 수치적으로 봤을 때 지난 4년간 직원들 총 식사를 포함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그뿐만 아니라 초과근무관리(28만 건), 청와대 출입관리시스템(99만 건) 등 대통령기록으로 볼 수 없는 자료가 대거 포함됐다.
이런 경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정보데이터 세트를 330만 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전체 이관 건수 1088만 건 중 30%가 넘는 수치이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정보데이터 중 식수관리가 100만 건이 넘는다. 초과근무관리(28만 건), 식단관리(11만 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행정정보데이터 이관건수가 45만 건에 불과하다. 전체 이관 총 기록 750만 건 중 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식수관리, 출입관리시스템, 초과근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 대통령기록관에서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 기록 이관업무를 담당했던 이영남 교수(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는 "대통령기록의 핵심은 대통령지시사항, 청와대 참모보고 및 대통령 일정관리기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정관리시스템 안에 보고서, 회의록, 녹취록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관리했고 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아울러 전자기록에 대한 수치도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했는데 박근혜 정부 기록 중 일정관리시스템 자료가 빠져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대통령기록 수치 부풀리기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박근혜, 이명박 정부 기록이 발견되면서 당시 대통령기록관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록 이관 건수를 부풀리기 위해 식수관리, 초과근무관리까지 대통령기록 수치로 포함하고 있었다. 내실은 채우지 못한 채 껍데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고 있으면 세월호 대통령행정 7시간 등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었다고 알려진 기록에 과연 실체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향후 국회 및 검찰에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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