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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여야 4당 대표, '뼈 있는'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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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여야 4당 대표, '뼈 있는' 첫 만남

청와대 오찬 회동, 정의당 '퍼스트 도그' 선물 눈길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여야 4당 대표 간의 오찬 회동에서는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도 뼈 있는 말이 오갔다.

문 대통령은 19일 낮 열린 오찬 회동 모두 발언에서 먼저 "한창 바쁜 정국에 이렇게 초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5당 체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 운영에 아주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 모두가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를 한다면 좀더 공감대도 많아지고 협치도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정부부터 더 열심히 소통하고 노력하겠다. 야당에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하면서 바로 추가경정(추경) 예산과 정부조직법 이야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편 부분은 대체적으로 합의가 됐다고 들었고, 다행스럽다"며 "추경은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나 본데, 어쨌든 정부로서는 열심히 해보고 싶은 욕심에서 추경을 만든 것이고 한편으로는 대선 때 공약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편성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 타협이 되면 서로 100%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처리를 해 주시면 저희가 열심히 좀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간접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에 G20 정상회의에 가서 보니 IMF, 세계은행, OECD 등 국제기구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라며 "각국이 호기를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면서 거기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더라"라고 거듭 추경 처리를 압박했다. "물만 조금 더 부어주면 훨씬 더 작년보다 경제를 좀더 좋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그는 "그렇게 경제를 살려내자는 차원에서 우리 대표들께서 크게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 순방 성과에 대해 "다들 성원해 주신 덕분에 비교적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로 내용은 알려졌기 때문에 따로 설명 드리기보다 혹시 궁금한 부분 있으면 추가로 설명해 드리겠다. 우선은 대표들, 특히 야당의 의견을 많이 듣는 시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야당 대표들은 공개 발언에서는 직설적 비판은 삼갔으나 그냥 인사말만 한 것도 아니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민이 만들어 준 다당제 체제 아래서 협치는 불가피한 여정"이라며 "협치는 구호로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해야만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당 수석대변인 명의로 "100대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야당과 단 한 차례의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저희 당 대표들은 자기 진영과 지지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지만 대통령은 각 진영을 다 아우르는 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모든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며 "그래도 (대통령도)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지지층 목소리에 편중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중화시키기 위해 저희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들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책은 시민들 목소리도 많이 듣지만, 전문가들 목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여주시는 그런 대통령이 돼 달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탈핵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축하 전화를 주셔서 감사하고, 이 자리에 불러줘서 감사하다"며 "사실 언론이나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야3당'이란 말을 즐겨 쓰는데 청와대는 야4당을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점은 사드 문제를 '내정의 문제'라고 말해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너무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다"면서도 "촛불 개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 민심이 수용되는 길이라면 언제든 협력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는 야당 대표들에게 발언 순서를 양보한 뒤 마지막 차례에 "지금 이 순간에도 추경을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민심을 잊지 말아 달라"며 추경 처리를 압박해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추 대표는 오찬 중간에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혹시 상추, 고추, 배추 즐겨 드시느냐"며 "'추미애'도 포함해서 '4추' 즐겨 드시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자신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해 '추 자 들어간 것은 추경이든 뭐든 다 안 된다'고 했던 최근의 일을 거론한 것이다.

오찬 자리에서 이정미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생명 존중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며 "특히 (대통령이) 동물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 있는 것을 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마루(개)나 찡찡이(고양이), 토리(개)를 다 안아주기 어려울 것 같아 대통령 품 대신 다른 '마약 방석'을 준비해 왔다. 토리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애견용품을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이건 대통령 드리는 거냐, 토리에게 주는 거냐", "(토리에게 주는 거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 등 농담을 보태며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과 환담 분위기에 대해 "다양한 주제애 대한 진솔한 토론이 이뤄졌다"며 "회동은 70분간으로 예정됐지만 50분간이나 훌쩍 넘겨 1시 30분에 종료됐다"고 브리핑했다. 박 대변인은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선, 여야정 협의체, 신고리 5·6호기 중단, 남북관계, 한미 FTA, 최저임금, 반부패 대책, 전시작전권 등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사이에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동 자리에 제1야당이자 원내 2당(107석) 대표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늘 청와대 영수회담에 홍 대표는 참여하지 않는다"며 "그 대신 청주 수해지역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를 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청와대 영수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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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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