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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효과' 이번에도?…"천안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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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효과' 이번에도?…"천안이 변했다"

[7.28 재보선] 한나라-민주 접전 속 선진당 상승세

천안이 변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강세였던 천안이지만, 지난 지방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상돈 전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을에서 치러지는 7.28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다. 어떤 후보도, 어떤 유권자도 특정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찾은 천안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 씨(54)는 "자유선진당 공천 받아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되던 때는 끝난 것 같다"고 했다. 현재까지 판세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인지도 탓이 크다지만 자유선진당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8곳에서 치러지는 '미니 총선'의 초격전지다.

"선진당이면 충청도서 무조건 당선? 이젠 아니다"

천안 토박이인 김 씨는 옛 자민련 지지자였다. 최근에는 자유선진당 지지자가 됐다. 친구들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시의원 선거로 나선 이들도 제법 됐다. 당연히 자유선진당 명찰을 달고 나갔다. 그런데 대부분이 떨어졌다. 이른바 천안에서의 '자유선진당 프리미엄'은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씨는 "글쎄…"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김 씨는 "아무래도 뽑아줘도 힘이 없다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며 주변의 말을 전했다. 당연히 "선거 결과는 나와 봐야 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쌍용동에서 만난 박정순(67) 씨는 "민주당이 대세"라며 웃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안희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먼저 자랑을 했다. 박 씨는 "아직도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천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천안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천안을 선거구인 서북구의 지방선거 득표율을 보면 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4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41.2%),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15.6%)였다.

천안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36.0%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지만, 시의원 비례대표 투표는 민주당이 36.4%로 1위였다. 자유선진당은 29.6%, 한나라당은 27.0%였다.

다시 맞붙은 김호연-박완주…'과학비즈니스벨트'와 '안희정 효과' 걸고 총력전

▲ 천안을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연합뉴스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와 민주당 박완주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박상돈 전 의원에게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두 번째로 격돌인 것이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지율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지만 두 후보의 선거 전략은 정반대다. 한나라당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같은 지역 공약을 중심으로,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과 같은 중앙 정치 이슈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 사위로 빙그레 회장을 지냈던 김호연 후보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용역연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적합도시로 천안이 1등을 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총 3조5000억 원이 들어간다는 국책사업 유치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여당 후보라는 프리미엄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시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만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원안대로 천안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후보 대변인을 지냈던 박완주 후보는 "이명박 정권 심판의 완성"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정권에게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천안에서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세균 대표가 7차례나 천안을 찾는 등 당 차원의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박완주 후보는 김호연 후보가 기업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서민의 아들"이라는 점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 민주당도 천안에서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세균 대표가 7차례나 천안을 찾는 등 당 차원의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진당 박중현 "인지도 낮아 고전했지만 상승세"

비뇨기과 의사 경력으로 "고개 숙인 천안을 바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은 박중현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막판 역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자 다소 '특이한' 슬로건을 내걸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달라진 천안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박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매일 하루에 300미터씩 3보1배를 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에 실망한 전통적인 지지층에 대한 반성과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 초반에는 인지도 때문에 고전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권자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며 "압도적이진 않지만 투표함을 열어 보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비뇨기과 의사 경력으로 "고개 숙인 천안을 바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은 박중현 후보.ⓒ박중현 후보 캠프
마지막 변수는?

누가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될까. 천안의 선거 결과의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선진당 후보가 얼마나 '선전'하느냐다.

김호연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현재 '2강 1약'의 구도가 '2강 1중'으로 바뀌면 우리가 불리하다"고 했다. 선진당 후보의 지지층이 한나라당 지지층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중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후보 캠프도 박중현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두 보수 정당의 표 나눠먹기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두 번째는 변수는 투표율이다. 전국적 선거였던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천안의 투표율은 다른 충청남도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실제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재보선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똘똘해 보이는" 안희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백화점 점원 이모 씨(37)는 "이번에는 잘 모르겠어서 투표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 씨(72)도 "지방선거 때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며 "투표 날짜가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도가 높은 민주당 후보가 다소 불리할 수 있다.

"천안을의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고 입을 모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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