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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세대' 리더의 탄생, 무엇을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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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세대' 리더의 탄생, 무엇을 의미하나?

[의제27 '시선'] 386세대가 주도한 지방권력 교체 이후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인천, 충남, 경남, 강원의 민주당 후보로 40-50대 정치인이 대거 당선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출로 관심을 끌었다. 송영길, 안희정, 김두관, 이광재는 차세대 정치인의 선두로 부각되었다. 수도권의 기초단체의 민주당 당선자의 연령도 대폭 낮아졌다. 이에 비해 선거에 패배한 한나라당은 큰 위기에 휩싸였다.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젊은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20~30대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적신호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세대교체의 바람

지방선거 직후 청와대에서는 "젊은 변화"를 외치며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외쳤다. 50대의 임태희 의원이 대통령실장이 되면서 청와대 비서진이 젊어졌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40~50대의 나경원, 정두언 의원이 당선되고 원희룡 의원이 사무총장에 임명되면서 세대교체론의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정치권의 변화는 내각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은 41세의 나이로 대표로 선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전의 권영길, 강기갑 의원에 비하면 매우 젊어졌다. 조만간 개최될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해외에서도 커다란 이슈이다. 2007년 미국의 민주당 후보 오바마 상원의원이 47세의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10년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총리는 41세의 나이에 총리에 올랐다. 연정에 참여하는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 부총리도 동갑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지지자와 정치후원금을 모으고 트위터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좌우파의 이념대립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보통사람의 생활 이슈를 파고든다. 젊은 정치인들이 잇달아 새로운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커다란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과 사회적 분위기

세대교체론은 매우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 세대교체론은 단순히 연령대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은 과거의 민주당 지도자들인 유진산, 윤보선, 유진오와 분명히 다른 정치적 성격을 보여준다. 농촌의 지주계급과 교육받은 엘리트가 주도했던 야당은 도시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변화했다. 특히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대중은 대중경제론, 행정수도 이전, 4대국 교차승인을 통한 한반도 평화보장, 향토예비군 폐지는 과거의 정치인들과 다른 참신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줬다.

1990년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영국의 블레어 총리, 독일의 쉬뢰더 총리 등 소위 '68세대'가 최고 지도자가 되어 세계정치의 변화의 바람을 주도한 역사적 경험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1960년대 거리에서 반전운동을 주도한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세월이 흘러 자연스러운 인생주기에 따른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지배를 받는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의 낡은 이미지를 전문직의 세련미와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이미지로 바뀌었다. 또한 '신민주당', '제3의 길', 또는 '신중도'를 내세우면서 중도진보정당의 이념적 지형을 변화시켰다. 이들의 등장은 서구 사회의 전후 베이붐 세대(1946년~1956년 출생한 세대)가 중장년층이 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화적 지각변동의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와 '80년대 세대'의 의무

한국 사회에서도 1980년대에 20대 젊은 시절을 보낸 '80년대 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공통적 정체성이 강하고 정치의식의 수준이 높다. 나는 이미 40대가 되어버린 이들을 '386'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의 '측근' 또는 '실세'로 부각되어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세대는 정권의 곁에서 일시적으로 부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한상진 교수는 <386세대, 그 빛과 그늘>에서 80년대 군사정부의 시기에 형성된 비판적 정치의식과 비주류의 삶의 선택한 '탈인습적 가치관'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시절의 이상주의가 나이가 들면 현실주의로 바뀐다고 말했지만, 80년대 세대는 과거의 4.19세대, 6.3세대, 또는 민청학련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세대는 민주주의와 권리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비판적 감수성이 매우 강하다. 1990년대에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나는 지금 현재 '386세대'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오염되었지만, 머지않아 '80년대 세대'가 반드시 새로운 가치와 전략을 가진 강력한 사회세력을 형성해 한국 사회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80년대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갈등을 넘어 대화, 상생, 공동선,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가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정치권의 세대교체란 나이가 먹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진보적 가치관, 삶의 방식, 정치적 합의를 만드는 새로운 세대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 글은 7월 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출간한 '동향과 분석'에 게재한 기고문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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