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임 민정수석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 300여 종이 발견되어 파문이 일어나고 있다. 문건에는 삼성경영권 승계 및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기록들도 포함되어 있어 관련 재판에 증거자료로 활용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인지 알 수 없어 일단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되어 사본은 검찰에 인계했다"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위 문건공개 및 기록을 검찰로 인계한 것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위 기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 및 비밀기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기록물법을 근거로 위 자료처리가 적법한지 여부를 분석해보도록 하자.
우선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물의 종류로 대통령지정기록물, 비밀기록, 일반기록(공개 및 비공개기록)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목록 및 내용을 15~30년 동안 대통령기록관에 봉인조치 된다. 즉 외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존재자체를 알 수 없게 된다. 세월호 7시간, 군위안부 관련 한일 회담 관련 기록 등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 되었다고 외부에 알려졌지만, 세부적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퇴임이후에 대통령기록관 이외에는 존재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 여부를 인지할 방법도 없다. 비밀기록여부도 논란이 되는데, 비밀기록은 보안업무규정,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문건마다 1급, 2급, 3급, 대외비를 별도 표시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박수현 대변인에 따르면 위 문건에는 비밀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밀기록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청와대는 이번 문건이 관련 재판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기록물 사본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판례는 '십상시 문건' 및 10.4 남북정상회담록 초본 삭제 등 대통령기록물 사본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대통령기록물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여부와도 관계가 없다.
일반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대통령기록물법 제 16조(공개)에 ‘대통령기록물은 공개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에 해당하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는 것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공개가 원칙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법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더라도 문건의 중요성(공익검증 및 이익형량)을 판단해 공개로 얼마든지 전환할 수도 있다.
아울러 국정기록비서관실은 위 기록을 발표당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는데, 이는 대통령기록물법 제 12조(회수)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기록물법 제 12조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이 공공기관 밖으로 유출되거나, 이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를 회수하거나 이관받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기록비서관실은 위 법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대통령기록관측과 이관절차를 밟아 이관을 완료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해 현 정부가 공개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위 문건으로 인해 검찰과 관련 재판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및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반대로 위 문건 발견은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얼마나 엉망으로 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300여종이 넘는 기록을 문재인 정부에게 참고용으로 인계인수 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향후 진정한 의미에서 대통령기록물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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