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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어오는 '한미FTA 감옥' 피할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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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어오는 '한미FTA 감옥' 피할 방법은 없나?

한미 FTA, 왜 '재협상' 아닌 '개정 협상'인가?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현지시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미국 측과 실무협의 하에 향후 개최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상교섭본부의 소속을 둘러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다고 했다.


왜 '재협상' 아닌 '개정 협상'인가?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한미 FTA 재협상이 아닌, 개정 협상이라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미국 측 서한에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한국 측 반응과 대조적이다. 당시 청와대는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정상회담 때 양국이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하였다거나 재협상을 공식화하였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13일 뒤인 지금, 한국 측은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한다. 그 사이,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재협상' 자체가 틀린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이미 발효된 협정이다. 이걸 고치는 협의는 재협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정 협의' 또는 '개정 협상'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틀린 표현이었다.

둘째, 한미 정상회담 직후 벌어진 혼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이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당사자 중 한 쪽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 요구를 하면 상대방은 30일 안에 FTA 공동위원회 개최에 응해야 한다. '개정 협상' 개시에 대한 설명이다. '개정 협상'의 결과물, 즉 새로운 협정문 내용은 서로 합의할 대상이다. 그러나 개정 교섭의 개시 절차는 붙박이다.

그런데 '재협상'이라는 틀린 표현을 쓰는 바람에, 논란 정리에 시간이 걸렸다. '재협상 합의'가 있었느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은 실체가 없었다.

한미FTA 문제점 인정했다면, 피할 수 있는 함정


그러나 '한미 FTA 재협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그러면 6개월 뒤 자동 종료된다. 그 6개월 동안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한다면, 이는 '한미 FTA 재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안보 등을 빌미로 한 압력과 '개정 협상' 요구를 함께 가하면서, 한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이미 한국은 '개정 협상' 요구가 나오기 전에, 미국에 수조 원대 투자 및 셰일가스 수입 등을 약속했었다. 이번 '개정 협상'이 마무리 된 뒤, 또 다른 빌미로 '개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 종료 선언, 혹은 선언하겠다는 엄포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그간 기존 한미 FTA에 대해 마치 절대선인 양 포장했었다. 현 정부의 전신 격인 노무현 정부 때부터 그랬다. 따라서 한미 FTA 종료 요구는 한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가 '절대선'이라고 한 걸 깨자고 하면, 그간 했던 홍보가 우스워진다. 이런 상황을 피하느라,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종료만은 안 된다'라는 입장을 취하면, 미국에 계속 양보해야 할 수 있다.

만약 기존 한미 FTA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면, 피할 수 있는 함정이었다.

"미국의 이번 개정 협상 요구는 최종이 아닐 것"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의 이번 개정 협상 요구는 최종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이번 개정 협상이 마무리되면 미국은 다시 새로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모델을 한미 FTA에 장착시킬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프레시안> 기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 통상 관료들이 만든 '지고지선 한미 FTA' 감옥을 거부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통상 관료들에게 더 이상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재협상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무익하고 허구적인 홍보를 중단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대신에 문 대통령의 경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FTA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를 국제법적으로 지지하는 "Moon-FTA" 모델이 필요하다."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제안, 그리고 '재협상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홍보를 하지 말자는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남은 건, "경제민주주의를 국제법적으로 지지하는 새로운 FTA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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