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증언 조작' 사태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수준으로 논의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대선 이슈와 관련된 사안이란 점에서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일단 안철수 책임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은 27일 오후, 본회의를 사이에 두고 정회와 속개를 이어가며 약 1시간 30분가량 사태 대책을 논의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우선 검찰이 수사를 통해서 이 사건을 어떻게 파악해서 발표하게 되는지를 지켜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실과 다른 부분을 자꾸 제기할때는 당에서도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게 전반적인 요약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 도입? "입장 정리 안 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의당 내에서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당 대표 대행),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 등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조작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모두 조사하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혁신위는 "물타기로 보일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혁신위 "당 존폐의 위기, 특검은 물타기" / 국민의당, 사과 하루만에 '특검 역공', 과연 통할까?)
최 원내대변인은 이같은 '특검' 논쟁에 대해 "우리 당 소속 의원이 그것(특검론)을 제기할 경우에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당내 반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또한 필요한 접근법이라는 찬성 의견도 있어서 그 부분은 입장 정리를 않기로 했다"며 "당 내에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전현직 당 대표가 공식 언급을 하는 등 사실상 당 지도부에서 제기된 특검 도입 주장이 하루 만에 힘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혁신위 등 당 내부의 반발도 있었지만, 여론의 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의 크기를 좌우할 변수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당원 이유미 씨에게 조작을 지시한 '윗선'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디까지였는지다. 이 씨가 체포된 상태여서 이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보다는 검찰을 통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한 배경엔 법무부를 통해 정권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책임론'에는 차단막
또 검찰 수사로 인한 사실관계 확정과는 별개로, 정치적 차원에서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후보가 나서지 않고서는 이번 '조작' 파문이 정리되기 어려운 상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27일 오후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저지선을 치고 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영입한 것이 안 전 대표이니만큼 정치적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을 안 전 후보가 영입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에) 어디까지 관련됐는지는 수사를 해 봐야 한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책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를 영입한 사람(안 전 후보)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 이른 일이다.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사실상 안 전 후보를 겨냥한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의 "무한 책임" 주장에 대해서도 당 내에는 부정적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내대변인은 "의총 초반에 혁신위원장이 이번 일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를 놓고 의원들의 견해(제기)가 많이 있었다"며 "입장 발표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들도 상당히 있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김 혁신위원장은 앞서 "직접 관련자는 물론, 직접 관련돼 있지 않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었던 분들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고 대응해 달라"고 혁신위 명의로 촉구했었다.
앞서 다른 당 관계자는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를 하다가 보도를 보고 (녹취록 공개에 대해) 알고 박지원 당시 대표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이냐.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냐. 대표가 보고를 받고 하신 거냐'고 물었고, 박 대표도 '저도 모르는 사항이다'라고 답한 일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 역시 안 전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사과", "몰랐다" 거듭 강조…이용주 "당이 지시했으면 제가 의원직 사퇴"
국민의당은 조작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당 차원에서 이 사건을 기획하거나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공통된 의원들의 생각은, 이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될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고 국민들에게 공당으로서 각종 제보와 발표를 할 때 철저하게 검증하고 확인했어야 하는데 대선 과정에서 이점을 소홀히 한 측면에 대해 국민들께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당시 네거티브 공격 대응과 상대 후보 검증을 담당했던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은 이날 몇몇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조작을 지시한 것이 밝혀지면 제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사전에 조작 여부를 알았다든지, 당의 조직적 은폐 여부만 드러나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조작' 녹취록으로 기자 회견을 했던) 5월 5일이면 이미 대선 판이 기울어서 뭘 해도 안 먹혔을 시간"이라며 "그냥 하던 것을 이왕 열심히 해본 것이지, 그 정도 카드가 아니었다"고 당 차원에서 판세 뒤집기 용으로 기획된 사건 아니냐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조작' 사실은 이틀 전인 지난 25일에야 알았다면서, 국민의당이 이유미 씨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이 씨도 '억울하다'고 안 한다. '죽고 싶다', '나 때문에 당이 망하게 됐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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