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영포회'논란,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영포회'논란,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기자의 눈] 'TK 대 비TK' 권력게임 다시 시동 걸렸나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확산 방향이 어지럽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반환점까지는 한달 남짓 남았지만 벌써 '레임덕'의 징후까지 포착되고 있다. 각자도생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TK 대 비(非)TK'라는 권부의 해묵은 내홍이 재연될 기미가 엿보인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이 사건이 처음 터져 나오고 관련 의혹이 점증될 때도 애써 모른 체 하던 보수언론들도 개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하부 연고자=어설픈 사람', <동아>와 MB의 2중창

5일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세상 어지럽히는 정권 하부(下部) 연고자들'이었다.

이 신문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관련 의혹들을 질타하면서 "정권 하부(下部) 일부 공직자의 일탈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촉진한다"면서 "이 대통령은 유사한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도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를 일벌백계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애정 어린 충고를 보냈다.

충고에 대한 화답은 신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어떤 형태의 친인척 문제와 권력형 비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러나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 하부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어설픈 사람들의 권력 남용' 등식이 성립된 것.

그래도 여기까지는 복잡할 것 없는 이야기다. "문제가 드러난 것은 바로잡겠지만 파문 확산은 막겠다" 정도면 위기 대응의 제1 매뉴얼이라고 할 만 하다.

<조선>,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기?

하지만 <조선일보>발 논란은 그 궤가 판이하다. 지난 3일 이 신문은 "공직사회에는 적당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포항 라인이 그런 역할을 해온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평가하는 것으로 안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영포회나 포항 인맥의 영향력을 축소해도 모자랄 판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

이 기사에 대한 화답은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북일보>에서 나왔다. 이 신문은 데스크 칼럼을 통해 "경질이 유력시되는 청와대 핵심참모가 (해당 발언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면서 "얼핏 보면 좋은 말 같지만 이 대통령이 영포회 존재를 사전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고향출신 공무원 사조직인 이들을 통해 기존 공무원사회를 감시·견제해 왔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조선> 보도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청와대 시스템과 인적 개편을 앞두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불순한 의도로 이 지원관과 청와대 포항출신 인사와 연관을 시키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불난 집에서 콩 구워 먹는 사람 있나?

<경북일보> 주장대로 경질이 유력한 '핵심관계자'가 '불난 집에서 콩 구워 먹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인규 지원관에서 출발해 영포회로 번진 의혹이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을 거쳐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통위원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문 지상에 '영일대군', '방통대군'이라는 단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파문이 이처럼 확산되기 전에는 박영준 차장의 청와대 컴백설도 들렸지만 이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대통령 임기 후반 친위 세력 역할을 굳건하게 할 청와대 내 다른 포항 라인들의 거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권력의 진공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가운데 중심을 잡을 사람도 마땅치 않다. 이 마당에 이상득 의원이 나설 수도 없고 7.28 재보선에 출마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눈코 뜰 겨를이 없다. 2년 전에 포항라인과 먼저 각을 세웠던 정두언 의원 쪽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친박계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지켜보고 있다.

다가올 인사철에 포항 라인이 퇴조하면 누구든 빈 자리를 채울 것은 분명하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력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보며 웃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 내홍은 레임덕으로 이어지고, 결국 공멸로 귀결된다는 것은 한국정치사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