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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물타기' 말라!

[정희준의 어퍼컷] 안경환 낙마 단상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관련해서 많은 언론과 종편 패널들이 연이어 추측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근본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의 핵심이고 이는 곧 국가 개혁의 중추이다. 문재인의 재조산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장관 찾아 삼만리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제 조건은 '비검찰' 그리고 '비정치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신망'이 있고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다. 우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출신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 중 일년에 수억, 수십억 원을 벌 수 있는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지 않은 인물이면서 동시에 개혁을 추진할 인물이 있을까? 또 그 중 국민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법조계의 신망을 얻고 있으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발가벗겨지지 않을 인물이 있을까? 결국 법조계에서 고르지 못했다.

안경환, 그의 나이 칠십이다. 서울대에서 은퇴하고 이제는 머리 염색도 하지 않는 그가 장관 자리 생각하며 문재인을 지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자신의 과거와 가족 관련해서 문제가 없지 않음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평생 지고 가며 반성해야할 업보가 된 '몰래 혼인신고'는 국가인권위원장 될 때 이미 밝힌 사안이다.) 그럼에도 그는 후보자로 등판했다.

나는 그가 고사했음에도 인물난을 겪던 청와대에 의해 불려 나왔다고 본다.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후보자로 발표된 이후 언론과의 접촉에서 그는 이례적으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고 싶어서 나선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검찰 개혁의 숙명을 받아들이겠다며 나섰다가 여론을 넘지 못하고 명예에 생채기만 난 채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노학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조국 수석을 겨눈다?

안경환이 결국 낙마하자 이제 야당과 언론은 다음 화살을 조국 민정수석에게 겨누고 있다. '후보자들의 검증에 실패한 조 수석이 대통령 지시라면 받아 적기만 하는 예스맨이다', '안경환이 스승이라 그의 흠을 모른 척 눈 감아줬다', '교수 출신이라 정치를 모른다' 등 조 수석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다.

조국이 어떤 이유로 민정수석이 되었나. 검찰 개혁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사 출신도 아닌 그가 왜 검찰 개혁의 설계자가 되었나. 개혁을 해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찰 개혁 빼고 가장 힘든 개혁이 무엇일까. 바로 민주당 개혁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게 바로 민주당을 바꾸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개혁 잘 했다.) 7년 동안 6개의 개혁안이 당내 기득권 정치인들의 저항에 의해 쓰레기통에 처박힌 바 있는 민주당에서 기어이 개혁안을 당헌당규에 못 박아 버린 설계자이자 실행자가 조국이다. 조국이 정치를 모른다는 소리는 헛소리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김정숙 여사 외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조 수석을 꼽는다. 민주당 개혁을 함께 했기 때문에 노무현이 안희정을 동업자라 칭했던 것만큼이나 문재인에게 조국은 동업자다. 또 조 수석은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다.

그가 안경환이 스승이라 그의 과거를 눈 감아줬다는 주장은 청와대를 심부름센터만도 못한 조직으로 알고 하는 이야기다. 청문회가 어떤 자리인데 흠집을 알면서도 내보내나. 이런 철없는 소리를 언론에서 접하게 되니 놀라울 지경이다. 오히려 스승을 욕보이는 방법이 모른 척 눈 감아줬다가 청문회에서 벌거벗기는 것이다.

결국 법조계에서 개혁 적임자를 찾지 못한 청와대가 안경환을 설득해 등판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청와대의 계산은 언론의 공격을 민심의 힘을 빌려 돌파하고자 하는 것이었을 테다. 그러나 결국 민심도 호의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격이 가족문제로까지 확산되면서 후보자 본인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경화, 김상조에 이어 안경환으로 이어지는 장관 후보자 인선 논란은 두 달의 인수위 기간 없이 대선 다음날 바로 국정에 돌입하게 된 특수한 상황 탓이 크다. '검증 소홀'이라기보다는 '시스템 미비'의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인선은 마무리 되지 않았고 또 이제까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은 17개 부 중 고작 넷에 불과한 상황이다.

5대 비리 없는 후보조차 낙마하는 청문회?

그렇다면 안경환은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한 인물인가? 나는 그러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5대 비리, 즉 병역, 세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후보자 발표 후 드러난 게 없다. 이미 고위 공직 경력도 있고 개혁적 성향도 겸비한 사람이다. 게다가 사람이 없다는 매우 현실적 이유도 있다. 그런 사람조차 떨어뜨리는 게 지금 우리의 청문 절차다.

결국 청문회의 성격과 기준에 대한 재론이 필요하다. 장관급 기관장들을 선별하는데 있어서 능력과 성향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다음 그 사람의 도덕성이 그 직무를 수행하는데 합당한지 역시 따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청문회는 사오십년 전 피끓던 시절의 잘못은 물론 가족의 도덕성까지 따지게 되니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인물이 이 땅에 존재하기나 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렇다보니 지금의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직업도 가지지 말고 결혼도 않는 게 상책이 아닌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그렇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지 않나.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우리는 그래서 깨끗하다며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았던가.

청문 기준 재설정해야

병역 면탈과 세금 탈루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다. 그러나 나머지는 일률적 적용이 어렵다. 위장전입은 원래 부동산 투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었는데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부동산 투기보다도 위장전입이 더 악마화됐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생활하면서 문제가 되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하게 되는 '생활전입'조차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문제 삼아야 한다.

논문 표절 역시 문장 몇 개 같다고 해서 논문 전체를 표절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기준도 없다. 교육부는 "일곱 단어 이상이 연속으로 같은 경우"라 하고 서울대는 "두 문장 이상이 연속으로 같은 경우"라고 보는데 이는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기준이다. 학자의 의도성 및 실수의 수준을 넘어서는 표절인지 등에 따라 판단하는 게 옳다. 표절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이삼십 년 전의 논문을 뒤져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가 있다.

도덕성 검증도 그러하다. 과거의 흠결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라던가 성인기 초입을 지나 '사회인'이 된 이후의 문제를 검증해야지 누구 말대로 세 살 때의 기억까지 더듬어야 하는 식이라면 문제가 있다. 또 한때의 과오가 있더라도 이후의 인생이 그 과오를 덮고도 남는다면 당연히 이를 감안해야 한다.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부끄러워할 때 더 나은 인간이 되기 마련 아닌가. 나는 안경환이야말로 그러한 과정을 거쳐 더욱 진보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의 청문회 논란은 대통령이 증폭시킨 책임이 크다. 그가 후보 시절 내세운 고위 공직 임용 배제 5대 원칙은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비현실적 조건이다. 이런 공약이 등장한 것은 세상살이를 자신의 기준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양심과 도덕과 책임이 욕망, 질투, 탈법과 뒤엉키다 종종 실종되는 곳이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고 그래야만 가족으로부터 원망을 듣지 않는 사회다. 후보시절 내세웠던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와 함께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된 대표적 공약이다.

그러나 청문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음을 감안하면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진 이상 정리를 하고 가는 게 옳다. 청문회는 국정운영의 한 방식이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싸움판을 제공하고 인격 침해의 격전장이 되어버렸다.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준이 나와야 하고 앞으로는 청문회 때문에 소란이 반복되는 것은 그만 봤으면 한다. 이러한 논란 와중에 "지금이 기회다"라는 식으로 정치적 공방에만 몰두하는 정치권도 정말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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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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