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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정당 가입, 정말 범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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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사의 정당 가입, 정말 범죄란 말인가?

[법치의 표리(表裏)]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면서

2009년 노무현 대통령 별세 이후 교사들이 일제고사 등 교육정책 비판과 표현의 자유 후퇴 등 국정상황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해당 교육청에 전교조 집행부 88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고,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제외한 교육감들은 징계를 내렸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대법원 판결 때가지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자, 검찰은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하기까지 하였다. 한편, 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5월 23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을 위하여 소액 후원을 한 국·공립교사 134명, 사립 35명 총 169명을 배제징계(해임·파면)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한편, 2009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올해 초 1심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게 나오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까지 전주지방법원과 대전지방법원의 1심에서 2개 무죄판결이 내려졌고 7개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무죄판결을 내린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은 동 법원 형사항소1부에 의하여 파기되었다.

교원노조에 관한 법률 3조와 국가공무원법 65조

▲ 교원 시국선언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엇갈렸다ⓒ프레시안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대학 교수와 달리 교사의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또한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정치운동의 금지"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제약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과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 교원의 활동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가치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교육자로서의 특별한 처신이 요구되고, 피교육자인 학생들의 기본권 또는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과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하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1)

헌법재판소의 우려는 일응 이해가 간다. 교사가 교단에서 수업 내용과 무관하게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것, 선거 시기 교내에서 특정 정당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하여 학생을 동원하는 것, 근무시간 중에 정당 활동을 하는 것 등은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을 하는 것 "일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약이며, 따라서 위헌의 소지가 강하다. 교사는 교사이기 이전에 정치적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이 망각되어선 안 된다. 대전지방법원 김동현 판사가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공무원도 국민의 일원인 이상 직무의 온전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본권을 당연히 누린다"라고 판시한 것,2) 그리고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정치적 중립의 원칙에 기초하더라도 교사 등 공무원에게 근무시간 외에 정치 의사를 표현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헌법 제31조 제4항)을 규정하며, 교육기본법은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교육기본법 제6조)되어서는 안 됨을 선언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사는 그 자신이 먼저 '능동적 시민'이어야 하고, 또한 학생을 '능동적 시민'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정치활동은 '능동적 시민'의 미덕이다. 물론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교육 내용을 왜곡하고 자신의 견해를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우려는 다른 제도적 조치로 해결되어야 하며, 교사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

그리고 김동현 판사의 판시처럼, "학생들을 판단력이 미숙한 존재로만 보는 주장은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정보부재의 환경에서 성장한 자신들의 과거경험만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의 낡은 시각에서 오는 편견에 불과하다." 3)교사가 교실 바깥에서 표명한 정치적 의견을 학생이 접하였다고 해서 학생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경험적으로 입증되기 어렵다. 또한 김 판사의 지적처럼, 교사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의사표현을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받는다면 학생들은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하여 회의하게 될 것인 바, 교사들의 시국선언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오히려 "반교육적"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독일에서는 '정치교육'이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기에 교사는 선거기간에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후보자에 대한 토론회를 열 수 있으며, 프랑스의 교사는 한국의 교수처럼 정계 진출시 휴직·복직이 허용된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는 교사의 정치 활동을 제약하는 법률 자체가 없다. OECD 나라의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교사 출신이며, 이들은 임기를 마치고 교직으로 복귀한다.

1966년 국제연합(UN)에서 정한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와 1997년 유네스코(UNESCO)에서 제정한 '(고등)교육 종사자의 지위에 관한 권고'는 "교사 역시 모든 시민이 누리는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그 어떠한 부당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교사의 정치참여 문제에 대한 국제 표준은 원칙적 허용이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후원한 교장 교사에게는 징계도 수사도 없어

그리고 이러한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규는 전교조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단체 등에 후원금을 제공했거나 직함을 가지며 정치활동을 한 교장이나 교사에 대해서는 징계도 수사도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다.

예컨대, 2006년 '뉴라이트교사연합'을 창립한 체육교사 두영택씨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승리연합'의 직능조직 본부장을 맡았고, 2008년 현직 교사의 신분으로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아무 제재가 없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현직 교장 3명으로부터 총 1,12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음이 확인되었고,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소속 교장들은 한나라당을 위하여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모았음이 확인되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 법규가 편파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09년 시국선언에 대한 일련의 판결에서 사법부의 의견이 유죄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2개의 무죄판결의 문제의식이 묻히고 있다.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 법규의 정당성을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시국선언이 이러한 법규위반이 되는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소장에서 검사는 정파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특정 정파의 의견을 그대로 대변하는 표현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므로 공익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전주지방법원의 김균태 판사는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시국선언은 정치적 목적으로 공안권력을 동원한 결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고 정국운영이 독선적이고 민주주의적이지 않으며 생태와 평화 등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전하고 국민들이 권력담당자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민들의 권력담당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정을 전면 쇄신하여 달라는 내용인바, 이는 특정 정당, 정파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내용을 포함하지 아니하고 단지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각각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이며 그 주된 취지가 국민의 뜻인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바란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 위 내용이 소수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정파간 이해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하여 편파적인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전지방법원 김동현 판사도 "검사의 논리대로라면,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야당 및 재야정치세력의 주장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 공무원의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5) 사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야 말로 공익에 부합하고 이를 증진하는 길이 아니던가.

그리고 2009년 시국선언을 발표한 피고인들은 시국선언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자문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또는 특정 정파에 대한 지지, 반대의 의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자문내용에 따라 시국선언문초안을 수정하였다.

과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로 인하여 참여 교사들이 유죄 판결이 받았기 때문에,6)

2009년 시국선언을 준비한 교사들은 변호사의 자문에 따라 시국선언의 내용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내용을 뺐다. 요컨대, 이번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은 자신의 행위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바,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에 따라 벌할 수 없다.

교육감, 대법원, 국회의 책무는?

과거 교사의 노동조합 결성 당시 추진 교사들은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라는 맹비난을 받으며, 해직과 투옥 등 고초를 겪었다. 교원노조는 합법화되었지만, 여전히 교사의 정치활동은 원천 봉쇄되어 있다. 교사의 정치활동이 교사로서의 직무를 방해하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그러한 직무방해를 염려해서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 부작용이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등 6개 지역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된다. 그리고 향후 대법원이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할 때, 정치적 기본권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려주길 희망한다. 이와 별도로 국회는 교사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에 대하여 보다 열린 자세로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1)헌법재판소 2004. 3. 25. 2001헌마710 결정.
2)대전지방법원 2010.2.25. 선고 2009고단2786, 2009고정2259, 2009고단4126(병합) 판결.
3)Ibid.
4)전주지방법원 2010. 1. 19. 선고 2009고단1119, 2009고정1105(병합) 판결.
5)대전지방법원 2010. 2. 25. 선고 2009고단2786, 2009고정2259, 2009고단4126(병합) 판결.
6)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4513호 판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2209호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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