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신분 사회가 된 한국, 공공부문 내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양극화
한국은 고용형태별 임금 및 복지 격차와 차별이 너무 심한 불공평·불평등한 사회이다. 고용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시민들은, 공무원·교사·공기업 직원 등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은 공공부문 정규직원, 이른바 성(城) 안 사람들은 일을 잘 못 해도, 일을 제대로 안 해도, 즉 월급 값을 못해도 돈은 많이 받고 있다면서 그들을 선망한다. 공무원·공기업 정규직원이 한국에서 크게 인기가 있는 것은 절대적 고용안정을 누리는 데다가 직장 복지 혜택도 풍부하고,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과 민간 직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업무량도 적고 노동강도도 낮아 일은 편하지만 연봉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 연봉 9500만 원의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을 언론에서는 '신의 직장', '정규직 천국'으로 묘사한다.
공무원, 공기업이 '신의 직장', '정규직 천국'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것은 한국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차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격차 사회와 불평등 구조가 도달한 귀결점은 고용 신분 사회, 정규직 자본주의 사회이다. 민주공화국 한국에서 신분제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현대판 고용 신분제가 다시 부활했다는 이야기이다. 공공부문에서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공무원·교사 등 정규직의 신분을 취득하면 평생 누리는 신분이 되고, 반면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계약직)나 무기계약직이 되면 임금 및 복지를 차별받는 천민의 대명사가 되어 서러운 인생을 살게 된다. 한국 공공부문은 종신 고용과 호봉제로 보호받는 공무원·교사와 공기업 정직원, 즉 정규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내부 노동시장과 기간제, 무기계약직, 파견직, 용역직 등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일하는 외부 노동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공공부문 내 각 직종 저임금 비정규직이 급격히 팽창함에 따라 공공부문 내부에서 임금이 높은 고귀한 신분의 내부자와 임금이 낮은 비천한 신분의 외부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고용 신분 사회를 반영하여, 요즘은 진보언론에서도 '공기업 신의 직장', '공기업 정규직 천국'이라는 기사 제목을 접할 수 있고, 공기업 정규직이 가장 연봉이 높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기업 정규직은 한국에서 가장 연봉 수준이 높은 직업군이다. 기본급이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수당과 상여금이 제공된다. 오래 근무할수록 자동으로 보수가 높아진다(연공급)."(6월 6일 자 <시사IN>, '81만 명의 꿈 어떻게 실현되나')
평균 연봉 9000만 원 넘는 공공기관 28곳
기업·산업·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 6곳과 한국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서부발전 등도 9000만 원을 넘었다. 평균연봉 9000만 원 이상 공공기관수는 2012년 17개에서 2015년 21개, 지난해 28개 등으로 늘어났다. 2015년 이후 대폭 늘어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이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조직의 기를 살리겠다"며 공무원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통상 공공기관 직원임금 인상은 공무원 임금인상을 따른다. 공무원 임금은 2015년 3.8%, 2016년 3.0%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2015년 이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후하게 주면서 공공기관의 성과급 지급도 늘었다."(5월 8일 자 <경향신문>, '평균 연봉 9000만 원 넘는 공공기관 28곳')
맞다. 사실이다. 대다수 대중은 살기 어려워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의 임금은 해마다 꾸준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공무원연금 혜택이 없는 공기업 직원의 고임금에는 못 미치지만, 공무원의 평균 연봉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공무원 107만2610명의 2016년 평균 연봉은 노동자 전체 임금의 중간 수준보다 높은 5990만 원이다. 이는 2014년 연말정산을 한 노동자 1668만 명 가운데 226만8595등에 해당하며 상위 14%의 수준이다. 공무원은 퇴직 후 풍족한 공무원연금을 받기 때문에 공기업 직원보다 평생 급여가 적다고 볼 수 없다.
공무원 평균연봉 5990만 원은 근로소득자 1668만 명의 중간연봉 2225만 원의 2.7배, 평균연봉 3172만 원의 1.9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 진보파가 부러워하는 스웨덴 등 복지국가의 경우 공무원 급여는 노동자 전체 임금의 중간 수준이거나 평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국민들은 저소득에 시달리며 가난한데 2~3배 높은 고임금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하는 일에 비해 많은 급여를 국민 세금으로 받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교사·교수, 공기업 임원·직원 총보수 공개 시급
내가 임금을 얼마나 받고 남이 임금을 얼마나 받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그 격차가 합리적인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공공부문 임금공개법을 만들어 공무원·교사 등 공공부문 정규직원의 총보수를 공개하고, 그다음 민간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임금도 고용노동부 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평균 연봉 9500만 원인 신의 직장이며 정규직 천국인 마사회 등 모든 공기업(공공기관)의 고위 임원, 간부·직원 등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기간제 계약직의 임금을 공개해야 한다.
임금·복지 격차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공공영역 임금공개법(캐나다)이나 유사법제를 통해 공공부문 임금 전면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을 본받아 공공부문 임금공개법을 조속히 만들어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연봉 7000만 원 이상을 받는 사람들은 이름, 직책, 연봉, 업무추진비, 관용 차량, 관사 유지비 및 임대료 등을 전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공무원의 직종·직급별, 근속년수별 총보수, 초중고 교사의 근속년수별 총보수를 본봉(기본급)표만 공개하고 공무원·교사 등 공공부문 총보수를 감출 것이 아니라 공개할 때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수십 가지의 각종 수당, 명절 휴가비, 성과상여금, 직책 보조비, 초과근무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복지포인트 등을 포함한 공무원 보수 전체가 아니라 부분 공개만 해서는 안 된다. 5급 이상 공무원의 업무추진비도 전면 공개해야 한다. 공공부문 통계를 투명화해야 한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정부 고위 공무원과 법원장·부장 판사·지검장·부장 검사 등 판사·검사와 읍장·동장, 시청 국장·과장, 국공립대학 총장·학장, 국공립 초중고 교장의 총보수와 업무추진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국민들은 한국철도공사 철도기관사의 연봉이 얼마인지,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연봉이 얼마인지,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연봉이 얼마인지, 구청·읍사무소 5·6급 과장·계장 공무원의 총보수가 얼마인지, 직원 250명의 중견기업 과장의 연봉이 얼마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정부는 의욕적으로 일자리 늘리기와 공무원 증원만 도모할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 공공부문 임금을 공무원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단성 있게 정부 기관 사이트에 올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이 자기 임금을 남들의 임금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국가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공공부문 임금에 대해 알권리가 있다.
우리도 노동시장의 불공정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수립하려면, 공공부문 임금 전면공개와 민간 노동임금 공개가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나 유럽 방식으로 공공 임금 수준과 각 기업들의 직군별, 직종별, 직무별 근속연수별 임금수준이 공개되어 일단 비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가 민간 부문에서는 200만 원을 받는데 공사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400만 원을 수령한다면 또 다른 불평등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6월 6일 자 <시사IN>, '81만 명의 꿈 어떻게 실현되나')
그렇다. 이런 불평등 시비가 벌어지는 것을 막고, 임금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공공부문 임금공개법이 필요하다.
어느 진보 성향 노동연구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식, 숙련, 경험, 책임이 높아서 고임금을 받을 만 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높은 월급 값을 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숙련, 지식, 책임,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거나 숙련도가 낮은 손쉬운 일을 하면서 월급만 많이 타는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이 갖는 독점성에 기대어 '지대'를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예리하게 지적한 바가 있다. 이런 경우가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 관(官), 즉 공직은 벼슬이다. 한국은 인민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관=관료'가 주인인 사회이다. 즉 한국은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사회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료공화국', '공무원의 나라'이다. 물론 재벌의 힘도 막강하지만, 관료집단의 힘도 막강하다. 특히 고위 공직자는 으뜸가는 벼슬아치이다.
우리도 공공부문 임금공개법을 제정해, 고용주인 국민이 투명하지 않은 공공부문 공무원, 공기업 임원·직원의 임금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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