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가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태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관급인 공정위원장은, 설사 국회가 '부적격' 의견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아예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다 해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는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청와대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현재 여당이자 원내 1당(120석)인 더불어민주당은 찬성,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107석)은 반대 입장을 이미 굳혔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40석)의 입장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만약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에 협조적인 태도로 돌아서거나, 일부 비판적 의견을 유지하더라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등의 노골적인 반대만 하지 않아도 청와대와 여담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낙연 총리 인준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 과반의 동의를 기반으로 했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5일 오전 비대위 회의를 열었지만, 당 대표 격인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자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전날도 현안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었지만 모두 발언에서는 김 후보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다가, 기자들이 질문을 했을 때에서야 "아직 청문위원들로부터 구체적 청문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 내일(5일) 보고를 받고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구체적 방침을 정하겠다"는 수준의 답을 했었다. (☞관련 기사 : 의혹 제기가 되레 부실…김상조, 한국당 '몽니' 넘을까?)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상반된 언급이 나왔다. 의원단을 이끄는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김 후보자가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서 평생 경제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점을 감안"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결론에 대해서는 "청문위원과 원내 지도부 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당 입장을 정리하겠다. 필요하면 의원총회를 열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반면 이찬열 비대위원은 "가장 공정하지 못한 사람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려는 청와대는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 비대위원은 현재 당 비상 지도부인 비대위 내에서 수도권 지역을 대표한다. 이 비대위원은 "(김 후보자의 의혹이) 이미 모든 국민에게 공개됐는데 야권을 설득해서 임명하겠다니, 야권을 설득하면 내용이 바뀌나"라며 "청와대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도 김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이어갔다.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지금까지 드러난 숱한 비리 의혹으로 볼 때 결코 공정한 경제 질서를 감독할 자리에 올라갈 수 없다. 스스로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보고서 채택 등 임명을 강행한다면, 제1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협치와 소통은 완전히 끝났으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계속해야 할지부터 원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바른정당(20석)은 김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입장은 한국당과 같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아침 회의에서 "이런 분이 (공정위원장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협조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정무위 바른정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은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보고서 채택 문제는 단순히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적격 여부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협치 의지에 관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었다.
정의당(6석)은 여당인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임명 찬성 입장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는 후보자가 일부 인정하고 시인한 내용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며 "일부 야당에서 김 후보가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특히 한국당 등 과거 여권 인사들이 청문 과정에서 보여준 도덕적 파탄 수준과 비교해 보면, 현재 이들의 김상조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이거나) '재벌을 위한 반대'"라고 역공했다.
여당 지도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재벌 개혁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에 대해 무책임하게 거론된 숱한 의혹이 오히려 후보자의 청렴함과 도덕성을 다시 확인(하게)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과도한 '김상조 때리기'에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 당에서 시킨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고백했다는 보도도 있다"고 한국당을 공격했다. 추 대표는 또 "재벌 개혁 상징인 김상조 때리기 뒤에는 개혁을 두려워하는 재벌들이 있다는 의혹도 있다"며 "사실이라면 재벌들은 '김상조 때리기'에서 손 뗄 것을 촉구한다"고 하기도 했다.
추 대표가 언급한 '언론 보도'는 전날 <프레시안>과 <한겨레> 등이 보도한, 일부 한국당 청문위원들이 청문회 후 김 후보자를 찾아가 사과했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 의혹 제기가 되레 부실…김상조, 한국당 '몽니' 넘을까? / [한겨레] 한국당 의원들의 고백 "김상조 후보에게 미안") <한겨레> 보도에서 실명으로 거론된 김선동 의원은 이날 한국당 비대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 여론 공작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의를 갖고 김상조 후보를 철저히 검증한 여당 의원의 품격을 훼손하는 행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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