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발굽에 채이며 맨몸으로
피는 풀
짠 기운 온몸 붉게 물들여도
버티는 풀들이 있다
삶의 개펄에서 밀리고 내동댕이쳐지는
풀들
흙탕물 밀어내며 고개 다시 드는 붉은 풀들
심장 고동소리는 파도소리에 자꾸 묻힌다
짠물에 간까지 졸아들다가
다시 햇살에 잠시 풀리다가
비정규적으로 간헐적으로
달빛에 쉬다가
다시 목숨을 위협하는 허기에 휩싸인다
뒷북을 치는 손짓들
뒷전으로 밀리는 목숨들
따가운 햇볕과 모진 바람에 견디는
빼곡한 배고픈 시간을 건너는
풀들의 하루가 너무 길다
빨갛게 몸이 타들어가는
지독한 외로움
드센 물살의 폭력에
짜디 짠 몸으로 저항하는 풀
소금기 단단한 정신으로 이겨내리라
고단한 밤을 지나가리라
물살 빠져나가면
잔잔한 해풍에 한숨 쉬리라
시작노트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그런데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고 작업현장에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했다. 그 결과 타워크레인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져 건조중인 선박을 덮쳐서 현장 작업 근로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는 소식이었다. 노동절에 일어난 참사는 소식을 접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더 비참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안전사고가 반복되도록 방관할 것인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해소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빨리빨리'라는 성과주의 사고방식을 개혁하지 않는 한 불행의 씨앗은 여전히 잉태를 계속할 것이다. 입으로 하는 개혁이 아니라 살과 뼈를 깎는 고통스런 개혁이 곳곳에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여 이 비극의 고리를 과감히 잘라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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