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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과학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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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과학적인가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한의학은 과학입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잘 알겠고, 제 증상이 왜 생겼는지도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나요?"

상담하면서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용어나 한의학 이론을 비교적 쉬운 말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에 비유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내용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나 봅니다.

그럴 때는 책이나 관련 자료를 펼치고 설명을 해드립니다. 요즘은 생물학이나 의학 관련 최신 연구 자료가 빠르게 번역되어 나오는 편이어서 한의학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대부분 환자는 수긍하지요. 이치로 맞는다면 다르게 바라봐도 합리적 설명이 되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면 한의학에 드리워진 그늘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의 힘이 상당함을 느낍니다. 특정한 말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건강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지요. '과학적'이라는 말에 관해 생각해 봅니다.

이 시대에 '과학적'이라는 말은 다른 의견을 압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검증'이라는 단어까지 붙으면 더욱 막강해지지요. 사전을 보니 '과학'은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을 의미합니다. 역시나 거의 진리에 가까워 보입니다.

글자 자체는 어떤 의미일까 의문이 들어 '과(科)'자를 들여다봅니다. '화(禾)+두(斗)'입니다. 설문해자에는 '科 程也 從禾從斗 斗者 量也'라고 나옵니다. 보통 '科는 양을 재는 것이다. 禾에서 의미가 유래하고, 斗에서 의미가 유래한다'로 해석을 합니다. 곡식의 양을 나누어 몇 말이라고 하는 것이 科라는 뜻이지요. 과학의 분야가 여러 가지지만, 나누어서 알아본다는 '科'자의 해석은 그 본질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때로 과학은 나누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왜 나누는지를 잊기도 합니다. 나누는 과정에서 분석한 결과에 부합하지 않거나, 아직 분석하지 못한 내용은 비과학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요. 때론 특정 목적을 위해 과학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너무 세분화한 연구로 인해 놓친 것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간 나누어 연구하는 대신 합해서 보는 흐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누어 봤을 때는 비과학적으로 보였던 현상에서 과학적 이유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의 과학은 더하기(통합 또는 통섭이 이런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와 나누기를 계속하면서 진리를 추구할 것입니다.

과학에 관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한의학은 과학적이냐는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한의학과 과학을 짝 짓는데 어색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하고 발전함에 따라, 그간 오류를 수정해나가고 내용을 확충한 한의학은 과학이란 말의 본래 의미로 보면 충분히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의학의 의서들(아직도 학생들의 텍스트로 이용되는)에는 비과학적 내용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충분히 걸러지고 있지요. 또한 과거 사람의 인식의 한계 때문에 표현에 한계나 부족함이 있었던 내용은 현대의 생물학적 발견으로 인해 새롭게 해석되어 수용됩니다.

물론 앞선 이야기는 저 개인이 생각하는 한의학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인식의 한계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려고 하지만, 아마도 제 생각은 대가들의 그것에 비하면 분명한 한계가 있겠지요. 다만 저 자신에 대해, 그리고 한의학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놓지는 않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간 매주 수요일 발행된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은 앞으로 격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더 좋은 이야기를 독자께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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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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