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29일 장녀 위장 전입 의혹과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생각 없이 한 일에 대해 여러 물의를 빚게 돼서 송구스럽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강 후보자가 지난 2000년 위장 전입했던 중구 정동의 한 아파트 전세권자는 당시 이화여고 교장으로 재직했던 심 모 씨로 드러나 친척집에 주소를 뒀다는 해명이 거짓말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전입한 주소지에 누가 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친척집에 있었다고 답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친척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아마 검증과정에서 청와대가 저희 남편에게 연락한 모양"이라며 "남편은 전입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이 없었고 엄마(강 후보자) 단독으로 한 것인데, 청와대가 물어보니까 (남편이) 친척집이라고 쉽게 생각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는 본인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청와대와 통화하지 못한 이유로 "당시 (후보자 지명 발표 전) 제가 제네바 출장 중이었고 회의도 있고 뉴욕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남편이 대신 설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위장 전입의 배경과 관련 "1999~2000년 사이에 남편이 학교에서 안식년을 얻어서 아이들을 다 데리고 미국에 갔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1년 교육 받고 2000년에 돌아왔는데, 큰 딸이 미국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엄마의 마음으로 다시 적응을 편하게 했음 해서 모교인 이화여고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마침 아는 은사께서 소개해줘서 주소지를 옮기게 됐고 아이가 이화여고에 다니게 됐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2000년에 딸 아이의 안녕을 위해 제가 생각 없이 이렇게 행한 일이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친척집이라고 본인이 이야기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 후보자의 해명을 요약하면,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강 후보자와 직접적인 소통 없이 남편의 진술에 의존해 '친척집'에 위장전입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앞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 21일 강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며 "장녀가 미국에서 1년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2000년 2학기에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1년간 친척집에 주소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이날 해명으로 논란이 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청와대가 후보자 본인과의 소통도 없이 부실한 검증을 했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의 해명에 따르더라도 청와대가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조현옥 인사수석의 최초 발표로 모든 언론이 '친척집'이라고 보도 했음에도 사후에 청와대나 강 후보자 본인이 이를 교정하지 않은 채 의혹이 불거진 뒤에야 입장을 내놓아 해명의 타이밍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부실 검증 논란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검증이 부실했다면 달게 받겠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한 건, 한 건 답변할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 문제에 대한 관점을 일일이 밝히는 것은 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나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또 하나의 잘못된 관례같다"며 "이미 우리는 추천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청문회에서 듣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위장전입 논란 외에도 강 후보자의 장녀와 차녀가 모친의 외교장관 지명이 발표된 지 이틀 뒤인 23일에서야 각각 증여세 232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뒤늦은 납부 의도를 놓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위장전입, 이중국적, 세금탈루에 이어 고위공직자로서 가장 심각한 거짓말 의혹까지 덧붙여진 상태"라며 "과연 이런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 후보자를 정면 겨냥했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논란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인사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했으나 야당의 반대론이 만만치 않아 인사 파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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