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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나라에 시민불복종 운동 하는 보수여당이 있나"

[기자의 눈] 헌법 위의 '떼법' 날치기 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전당적으로 '법원에 대한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법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불복,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조전혁 의원에게 '하루 이행강제금 3000만 원'이라는 철퇴가 내려지자 '실세'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꼽히는 정태근 의원 등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고 나섰다.

"의로운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예비군'들도 줄을 서 있다. 김효재 의원은 "주말까지는 20여 명 이상이 명단 공개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고 정두언 의원은 "최종적으로는 50명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나라당이 '운동 정당'으로 환골탈태하는 양상이다.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않고 법적 책임 지겠다"던 조전혁

조전혁 의원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당시 "국회의원의 신분을 이용하면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 명단을 공개할 수 있었지만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면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기염을 토했었다.

하지만 막상 '매일 3000만원씩 내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법원이 뼈와 살을 발라내고 있다"며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 변호사는 "지지부진하게 재판이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지더라도 벌금 얼마 물어서 정치적으로는 득을 보되 현실적인 타격이 없었을 줄 알았던 모양인데 이행 강제금 제도 자체를 감안하지 못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당과 관계없는 개인적 활동'이라며 선을 긋던 한나라당도 강경 모드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조해진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불복'을 선언했다.

전교조 명단 공개 자체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진보진영은 반대 입장이지만 장삼이사의 법감정 속에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명단 공개가 크게 문제될 게 있냐?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이행 강제금 3000만 원'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회 폭력으로 재판에 갔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벌금 한 푼 안 물었는데 전교조 명단 공개는 하루에 3000만 원이냐"고 '형평성'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건 전개만 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떡값 검사'명단을 폭로했다가 검찰의 기소로 지난한 법정 투쟁을 거쳐야 했다. 각종 파업이나 피켓 시위에 대해 입막음 무기로 주로 등장하는 것이 가처분 신청에 이행강제금이다. 한나라당도 사회적 약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인가?

법원 무력화에 앞장서는 보수여당은 세계 유일

법제도와 기존 사회적 가치의 수호를 주장하는 보수 정당이 사법부와 맞장뜨는 모습은 어리둥절한 풍경이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사회에선 이색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전인수격 행태가 너무나 현란하다. 예컨대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검찰이 기소했을 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으로 환호했다. 하지만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한나라당은 맹공을 가했다.

심지어 한명숙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은 "법률적으로는 무죄지만 도덕적으로는 유죄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리고 전교조 명단 공개 문제 에 이르자 대규모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보수 여당이 앞장서서 헤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나도 전교조 좋아하지 않는다. 명단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이런 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보수여당이 시민불복종 운동을 펼치는데가 세계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운동권 출신 정부와 여당의 포퓰리즘 행태를 우리가 얼마나 비판했냐"면서 "지금 우리가 그 꼴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한나라당이 사회적 약자들의 불복종 운동을 벤치마킹하고 나선 만큼 정부 여당은 야당이나 시민단체에게 할 말이 없게 됐다.

차라리 조전혁 의원이 이기면 혼란이라도 덜하겠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법리적 판단만으로 조전혁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 차라리 혼란이 덜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심 판결이 유지되지만 법원이 현실적이고 정치적 이유로 실효성 있는 처벌을 피한다면?

명단 공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의원은 "우리한테도 3000만 원 씩 때려보라지"라고 말했다. "함께 있을 때는 두렵지 않다"는 '친구' 논리인 셈이다.

"내 친구 잡아가려면 나도 잡아가라" 식의 위력시위로 법원의 결정이 무력화되거나 법리적 판단 자체에 영향을 끼칠 경우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진영은 환호작약할 것이다.

하지만 법치가 무너진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하긴 법치 대신 인치, 아니 역치(力治)의 시대가 와도 그들이 불리할 것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현재 '헌법 위의 떼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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