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 청문회 후보자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4일 청문회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처음으로 꺼내놓은 견제구는 '색깔론'이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첫 질의자는 박명재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북한은 주적인가"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군사적으로 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북한은 주적인가'라는 질문은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회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던져 논란이 됐던 것이다. 당시 문 후보는 '북한을 적이면서도 통일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했었다.
박 의원은 당시 토론회를 그대로 연상시키려는 듯 이 후보자에게 "국방백서에는 북한이 적으로 돼 있다"고 거듭 공격했고, 이 후보자는 "군사적으로 치면 (북한은) 적이나 총리가 군사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백서는 2004년까지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했으나 이 표현에는 문제가 많다는 사회적 논란 속에 삭제됐고, 2016년 국방백서에는 '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박 의원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이 후보자에게 물었다. 이 후보자는 "사드는 국회의 논의가 필요하므로 총리가 의사 표시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 천안함 폭침의 배후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북한을 배후라고 생각한다. (조사를 담당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의 질문은 햇볕정책 평가로도 이어졌다. 그는 "햇볕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햇볕 정책은 역대 대북 정책의 새 지평 열었다"며 "그러나 그때그때 국면에 따라서 운영에는 유연성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들 병역 면제 논란에 "부실한 아들 둔 애비 마음 헤아려달라"
이 후보자의 아들을 '타깃'으로 한 도덕성 검증도 공세적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1982년생인 이 후보자의 아들이 1999년 습관성 어깨 탈골이 발생한 후 수술 등 치료 끝에 결국 2002년 병역 면제(5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 후보자가 병무청에 '아들의 군복무를 원한다'는 탄원서를 썼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사실이냐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병역 면제 판정이 2002년이었고 그 뒤로 치료를 위해 노력했고 재신검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며 그러나 "그 이듬해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돼 목숨을 건 뇌수술을 했고 그건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재신검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2002년은 우리 사회가 병역 문제로 굉장히 예민했을 때다. 2002년엔 대통령 후보로 나온 후보(이회창) 아들분의 병역 비리가 큰 문제였고 전 야당 대변인으로서 이 문제를 공격하고 있었을 때였다. 저한테 문제가 있었다면 한나라당에서 저를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런 설명에도 자유한국당 인사청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아들 병역 관련 질의가 계속되자 "부실한(아픈) 아들을 둔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려 달라. 전신 마취 수술을 7번이나 받았다. 그런 점을 이해해 달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강효상 "며느리 증여세 냈나? 사돈 설득해 자료 내라"
2013년 결혼한 이 후보자의 아들의 전셋집 임차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의 질문 공세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의 아들 부부는 결혼하며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를 3억4000만 원에 공동 명의로 임차했으며, 이 가운데 아들 부담분은 1억 원이라는 것이 이 후보자의 설명이다.
자유한국당은 여기서 아들분 1억 원이 불법성 증여가 아니냐고 이 후보자에게 묻고 있으나, 이 후보자는 이 돈은 증여가 아니라 아들의 저축예금 4000만 원과 차량 매각 대금, 결혼 축의금 등으로 충당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계약은 결혼식 이전인 것과 관련해서는,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후 축의금으로 채무를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효상 의원은 "아들의 결혼 당시 아들은 레지던트(전문의가 되기 전 수련 과정의 의사)였는데 굳이 비싼 강남 청담동 전세를 구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저도 딴 데 가서 살아라 했는데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마 며느리의 친정과 가까워서 (청담동에 살기) 편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이어 "결혼식 비용에 얼마나 들었는데 축의금이 4000만 원이 남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잠시 숨을 고른 후 "결혼 비용은 사돈이 댔다. 부끄럽게도 제가 전남지사 선거 중이라 쪼들리던 시기였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축의금도 혼주 귀속으로 증여세 대상인데 며느리는 증여세를 냈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사돈 집안이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급기야 "사돈을 설득해 오늘 중에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1989년 부인이 강남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미술 교사를 하기 위해 위장 전입을 시도했던 점은 시인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강남고 논현동에 실제로 거주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위장 전입이죠"라고 다시 물었고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부인이 강남 교육청 산하 학교로 옮기는 것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던 촛불 집회에서의 적폐 청산 요구를 새 정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에 대해 "촛불이 지금까지는 새 정부의 엄청난 추동력이지만 만약 (정부가) 잘못하거나 국민을 실망시키면 역으로 엄청나게 우리에게 짐이 되고 채찍이 될 것이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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