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발끈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정책 감사와 함께 내달부터 4대강의 보를 상시 개방할 것도 지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22일 '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 전 정부의 정책 사업을 또다시 들추어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 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하여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종합적인 치수 사업"이라며 "그 동안 버려졌던 강을 되살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재해에 대비하며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수계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 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전 정부(박근혜 정부) 총리실 4대강 사업조사 종합평가위원회에서 주관한 전문가 종합 평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고 밝혔다.
보수 정당들에서도 문 대통령의 4대강 정책 감사 지시에 대한 반발의 복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정책 감사를 가장한 '정치 감사'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와 홍수 저감에 긍정적 역할을 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올해 전국 평균 강수량이 예년의 60%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는 등 가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진심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정치 감사가 아닌 4대강을 활용한 가뭄 대책 마련 지시가 먼저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홍수는 통상 4대강 같은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발생하는 것임에도 4대강에 놓인 보가 홍수 방지 기능을 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초창기에는 이 사업의 목적을 '물류'로 내세우며 '대운하 사업'이라고 선전했다가 반발에 부딪치자 사업 도중 가뭄·홍수 대비용이라고 바꿔 강행하기도 했다.
바른정당도 4대강 정책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논평을 냈다. 조영희 대변인은 "이런 행보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시정하는 노력 차원이 아니라 지난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위 적발에 무게가 실린다면,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녹조와 생태계 파괴 등 눈으로도 보이는 문제를 수년째 만들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후속 사업을 완결하고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훈계한 것은 4대강 연관 업체들의 이익을 계속 보장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의 실제 역할과 상관없다는 지적을 받는 '가뭄 대비'라는 명분이라도 남겨 '재자연화'를 할 여지를 없애보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국민의 염원이자, 숙원과제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며 환영한다"며 "4대강 복원과 물 관리의 혁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환경연합은 이어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결정된 배경,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위법성, 부정부패의 내용 등을 꼼꼼히 따지고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데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감사가 국회의 청문회 등으로 이어져 잘못된 국가사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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