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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섣부른 예단 말고 확실한 증거로 원인 규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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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섣부른 예단 말고 확실한 증거로 원인 규명하자"

"국제사회가 보고 있다…속도보다는 정확성"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5일 "그 어느 때보다도 군에 대한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송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색과정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사고 발생 시점과 원인 등의 쟁점을 두고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군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풀이된다.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구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실종 장병에 대한 구조작업과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전되지 않아 우리 모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저 또한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구조현장에 갔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를 들을 때는 저 자신,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구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정부와 군은 국민들의 이런 심정을 잘 알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선진국의 재난 사례를 볼 때도 이러한 큰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며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각종 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듯 이 대통령은 '국민적 화합'을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하나된 마음으로 모든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나라의 앞날을 개척해 가야 한다"며 "정치권과 언론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협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며 6자회담의 당사국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원인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방송된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되어 아까운 46명의 해군 장병이 실종되었습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 있을 병사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 가족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내 아들이고, 내 아버지고, 내 남편인 것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해군 또한 위험을 무릅쓰며 최선을 다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또 한 명의 영웅을 잃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던 한주호 준위가 순국하였습니다. 그는 평소 동료와 부하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나라를 위해 몸 바쳐온 진정한 군인이었습니다. 국가의 부름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전우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 준위는 참군인이자 애국자였습니다. 한주호 준위,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2의, 제3의 한주호 준위가 우리 군에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한 참 군인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안보 위협이 있다 해도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 가족에게 거듭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깊은 슬픔 속에서도 꿋꿋한 모습을 잃지 않는 가족들로부터 우리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군에 대한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천안함에 근무하던 남기훈 상사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게도 살아서 만나기를 바랬는데...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그 실망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렸던 남은 가족들에게도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까. 그런 충격 속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와 수색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신들과 똑같은 슬픔을 겪을지 모를 다른 가족들을 생각하며 내린, 아픈 결단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국수병들의 가족은 역시, 나라를 사랑하고 동료 수병들의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실종 장병에 대한 구조작업과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전되지 않아 우리 모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 또한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구조현장에 갔었습니다.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를 들을 때는 저 자신,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구조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정부와 군은 국민들의 이런 심정을 잘 알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입니다.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입니다. 이미 민관군 합동조사단이 현지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 선진국의 재난사례를 볼 때도 이러한 큰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합니다. 고통스럽지만,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고는 우리만의 일이 아닙니다.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며 6자회담의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원인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미 국제적 전문가들에게 협력을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극복할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나흘 전에는 군 수색작업을 돕던 금양 98호가 귀로 중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또 한 번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자신의 생업을 뒤로한 채 아픔을 함께 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 바로 우리 국민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이 분들의 고귀한 헌신에 깊이 고개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정부와 군은 실종된 분들의 구조와 수색에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바닷길을 잘 아는 백령도 주민들도 당장의 생계보다 구조작업에 나서 주셨습니다. 곧 꽃게잡이 철이라 걱정이 많으실 터인데도, 이렇게 흔쾌히 나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와 인양작업에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의연하게 대처해야합니다. 군은 한시라도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늦춰서는 안됩니다. 모든 공직자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고, 더욱 헌신적인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위대한 민족은 위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엊그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함께 울었습니다. 후배 군인들은 물론이고, 각계 각층이 나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숭고한 정신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우리는 이 하나된 마음으로 모든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나라의 앞날을 개척해 가야 하겠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협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나무를 심는 마음에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오늘 깊은 슬픔속에서도 희망은 잃지 말자는 그러한 마음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그런 한 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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